다른 메이저 대회는 대회장을 매년 옮기지만 이 대회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만 열린다. 초대받은 선수만이 이곳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다. 그린 재킷도 선수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그린 재킷은 오거스타 내셔널 회원과 마스터스 우승자의 특권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명예다. 선수들은 이 명예를 얻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한국 선수들도 그랬다. 처음 마스터스에 도전한 선수는 한장상이다. 한장상은 일본 오픈 우승으로 마스터스 출전권을 얻어 1973년 출전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그는 8오버파 152타를 기록했다.
이후 27년간은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아마추어 신분이었던 김성윤이 출전했다. 한장상보다 2타 덜 쳤지만 컷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컷은 세 번째 출전자인 최경주가 넘었다. 2003년 출전한 최경주는 내친김에 공동 15위(2언더파 290타)를 기록했고, 1년 뒤에는 6언더파 282타로 3위를 기록하며 우승에 근접했다. 이후 최경주는 2014년까지 무려 12회나 대회에 출전했다. 한국 선수 최다 출전 기록이다.
2007년에는 양용은이 합류했다. 양용은은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누르고 우승컵과 골프백을 번쩍 들었다. 그런 그에게도 마스터스의 벽은 높았다. 2014년까지 7번 출전했지만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고 순위는 2010년 공동 8위다.
이후에도 한창원, 김경태, 배상문, 이창우, 노승열, 왕정훈, 강성훈 등 당대에 잘나간다는 한국 선수들이 도전에 나섰다.
도전 50년을 맞이한 지난해에는 김시우, 김주형, 임성재, 이경훈이 출전했다. 김시우는 7번째, 임성재는 4번째, 이경훈은 2번째, 김주형은 첫 번째 출전이었다. 대회 결과 김주형과 임성재가 나란히 공동 16위를 기록했다. 이경훈은 공동 23위, 김시우는 공동 29위에 그쳤다.
올해는 50년 무관을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첫해다. 김시우, 김주형, 안병훈, 임성재가 우승에 도전한다. 김시우는 8번째, 임성재는 5번째, 김주형은 2번째 출전이다.
김시우는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했고 코스도 어려운 느낌이었다. 올해는 8번째 출전이다. 2년 전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메이저 대회 중 마스터스와 잘 맞는다. 요즘은 녹색이 좋아 보인다. 마스터스에 집중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성적에 당황하고 흔들리지만 반등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주형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과 인터뷰하면서 "지난해보다 성숙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 공동 16위를 했지만 아쉬운 순간이 많았다.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면 마음이 편하다. 마스터스 우승은 모든 한국 선수의 꿈이다. 물론 처음으로 우승하고 싶다. 열심히 해서 그 자리에 서보겠다. 매 순간 나라를 짊어지고 열심히 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급하게 진출했던 것 같다. 이제야 배우는 것 같다. 차분하게 즐기고 있다. 새 캐디(폴 테소리)와 함께하게 돼 좋다.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있고, 종교(기독교)가 같아서 리듬이 잘 맞는다"고 덧붙였다.
2020년 이후 출전하지 못했던 안병훈은 4년 만에 돌아왔다. 5번째 우승 도전이다.
안병훈은 "마스터스에 돌아가게 돼 기쁘다. 가족과 함께 처음 방문한다. 지금의 골프가 지난 몇 년보다 가장 괜찮다. 샷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 평소처럼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제88회 마스터스 연습 라운드는 10일(현지시간)까지 진행된다. 본 대회는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우즈, 스코티 셰플러(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욘 람(스페인), 더스틴 존슨(미국) 등 89명이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