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공시학개론 이번 편에서는 주주들이 매 분기 실적 시즌마다 꼼꼼히 챙겨야 할 기업 재무건전성의 기본 잣대가 되는 자본잠식에 대해 들여다보겠습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본잠식 50% 이상 또는 매출액 50억원 미만 사실 발생' 공시 건수는 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2685개사(이달 2일 기준)나 되는 상장 기업 중 9개사에서 자본잠식이 발생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는데요.
지난해 및 2022년과 비교하면 올해 유독 부실 기업이 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해 연간 해당 공시 건수가 8건(비상장사 제외)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1분기에는 5건에 그쳤습니다. 2022년에도 전체 8건, 1분기 4건 정도입니다. 올해 이제 1분기가 지난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 늘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그럼 왜 자본총계가 자본금 규모보다 적으면 문제가 될까요? 회사가 보유한 자산이 자본금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재무적으로는 운전자본도 없을 만큼 회사가 가진 게 없는 빈껍데기인 상태를 방증하는 것이죠.
그럼 한때 시가총액 1조6000억원을 웃돌던 태영건설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달 20일 태영건설이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총계는 –5617억4385만원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자본금은 201억62만원이죠. 일단 표면적으로 자본총계가 자본금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여기서 공시보고서명에 나와 있는 자본잠식률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자본잠식률은 자본금에서 자본총계를 뺀 수치를 다시 자본금으로 나눈 후 백분율로 환산해 구합니다.
수식으로 표기하면 '{(자본금-자본총계)/자본금}*100이죠. 즉 {201억62만원–(–5617억4385만원)/201억62만원}*100을 하면 자본잠식은 2894.66%가 나옵니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것입니다. 완전 자본잠식이란 자본총계가 0원보다 적은 상태를 뜻합니다. 완전 자본잠식의 전 단계인 부분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로 진입할 때부터 발생하죠.
태영건설을 감사한 삼정회계법인도 "연결회사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조6285억1800만원을 초과하고 있으며 자본총계는 5617억44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라고 감사의견 거절을 부여한 데 대한 근거를 밝히고 있습니다. 연결회사는 모회사를 포함해 모회사가 지배하고 있는 자회사들까지 아우르는 전체 기업집단을 일컫습니다.
태영건설이 현재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소속 상장사인 만큼 해당 시장 퇴출 기준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상장 적격성을 판단하는 실질심사 대상 1순위로 자본잠식을 꼽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자본잠식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에도 자본금의 100분의50 이상이 잠식된 경우, 즉 자본잠식 50% 이상인 상태가 2년 연속 지속되면 시장 퇴출 여부를 심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상 자본잠식에 대해 간략히 알아봤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상장회사가 한국거래소의 어떤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상장폐지가 결정됐는지 엿볼 수 있는 '상장폐지 최종 심의 의사록' 공시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상장사가 제출한 '개선계획서'를 놓고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나 상장공시위원회가 마지막까지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