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올해 최대어로 꼽혔던 농업기술기업 신젠타가 결국 상하이 증시 상장을 철회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증시 안정화를 위해 IPO 관리 감독 규제를 강화하면서 IPO 가뭄이 심해지는 모습이다.
1일 중국 온라인매체 제몐망에 따르면 중국 국유 화학기업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의 자회사인 스위스 농업기술업체 신젠타는 3월 29일 성명을 통해 상하이 메인보드 상장 신청을 자진 철회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신젠타는 "자사 발전 전략과 글로벌 업계 환경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향후 적절한 시기에 증시 상장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젠타는 지난해 5월 상하이 메인보드에 상장 신청을 제출해 한 달 만에 승인을 받았으나, 결국 증시 환경 악화 속에 자진 철회한 것이다. 신젠타는 원래 IPO를 통해 650억 위안(약 12조원)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지난 2010년 중국 농업은행 이후 약 13년 만의 중국 본토 증시 최대 IPO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신젠타뿐만이 아니다. 3월 한 달에만 34곳 기업이 중국 본토 증시 상장 신청을 철회했다. 올 들어서 모두 87곳 기업이 상장 신청을 철회한 것이다. 대부분이 현재 자본시장 환경에 따른 회사 전략 재검토를 이유로 들었다. 향후 증시 전망을 낙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심지어 3월 한달 상하이·선전증시에서 IPO 신청 접수 건은 '0'이었다. 베이징증권거래소에서 1건 접수된 게 전부다.
중국 본토 IPO 시장도 가뭄이다. 3월 한 달 중국 본토 증시에서 신규 상장한 기업은 10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34곳)의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IPO를 통한 자금조달액도 고작 59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0억 위안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1월엔 14곳, 2월엔 6곳으로 중국이 주식등록제를 시행한 이후 월별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이는 최근 중국 정부가 침체된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수급 악화 요인이 되는 IPO 억제에 나선 영향이 크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지난해 8월 27일 증시가 침체된 가운데 신규 IPO와 증자를 억제해 IPO 승인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에도 증감회는 상장회사의 질적 향상을 위해 주식시장 상장 절차와 상장사 등에 대한 감독 강화를 골자로 하는 증시 부양책을 담은 정책 문건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도 IPO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증권 범죄를 강력하게 단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실제로 증시가 침체됐던 2013년과 2015년에는 IPO를 중단한 적이 있다. '차이나 쇼크'가 있었던 2015년에는 약 5개월간 IPO를 완전히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IPO 억제 조치는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당국은 시장 상황을 보면서 IPO 중단과 관련한 기업 규모와 기간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