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공사비 상승 여파로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는 3.3㎡당 분양가가 7000만원을 웃도는 곳도 처음 나왔다. 분양가 상승은 공사비 원가율이 오른 데 기인하는 만큼 올해도 우상향 추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치솟은 분양가 탓에 중산층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지는 모양새다.
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내달 경기도 성남시 성남복정1지구에 공급되는 '엘리프 남위례역 에듀포레(510가구)'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10억9700만원으로 책정됐다. 본청약 확정 분양가가 7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에듀포레가 처음이다.
가구당 분양가는 수도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서울 분양단지의 3.3㎡ 분양가는 6855만원, 가구당 분양가는 25억9961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86%, 170%가량 껑충 뛰었다.
심지어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매매 가격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분상제)를 적용한 강남3구(서초·강남·송파)를 제외한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3505만원으로, 전년(3442만원) 대비 63만원(1.83%) 상승했다. 2년 전인 2021년(2549만원)과 비교해서는 956만원(37.5%) 크게 올랐다.
반면 동일 지역 3.3㎡당 평균 매맷가는 2021년 3506만원에서 2022년 3276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3253만원으로 하락했다. 서울 분양가가 2년 연속으로 매매 가격을 추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급등을 분양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전년 동월(150.99) 대비 2.53% 오른 154.81을 기록했다. 2020년 11월(120.22)과 비교하면 34% 인상된 것이다. 지난 2월 말 국토교통부는 3월 기본형 건축비를 ㎡당 197만6000원(지난해 9월 기준)에서 203만8000원으로 3.1% 올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인상과 공사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매맷가를 역전한 것"이라며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집값이 하락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본적인 건축비가 올라가면서 시세보다 저렴했던 공공분양 물량에 대한 공사비 상승 폭도 더욱 커지면서 수분양자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며 "그간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은 분상제로 묶인 지역이나 공공 분양에 수요자 관심이 높았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면 구축과의 가격 격차가 좁혀지거나 비싸지는 역전 현상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