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주력 산업에서 2차 '차이나 쇼크'가 우려되는 만큼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105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0.4% 증가했다. 지난달 춘제(春節·음력 설) 연휴 영향으로 대중 수출이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특히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4억7000만 달러로 7.1% 증가하며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중국이 중간재와 핵심 기술 자립도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은 걱정스럽다. 대중 수출 증가세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대표적이다. 비야디는 지난해 4분기 전기차 시장의 상징과도 같던 테슬라를 꺾고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비야디의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침공에 위기를 느낀 미국제조업연맹(AAM)은 미국산 전기차 멸종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새로운 보호주의 무역 조치를 펼칠 것을 촉구했다.
전기차뿐 아니다.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양자 기술 등 분야에서 중국의 공습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차 차이나 쇼크에 대한 언급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90년대 중국 개혁·개방과 함께 시작된 1차 차이나 쇼크가 저렴하고 노동집약적 산업 위주로 진행됐다면 이제는 중국이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점령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차이나 쇼크가 진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이 성과를 내면서 중국 내 최종 수요 단계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대중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축소되는 양상이다. 대중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세계산업연관표(ICIO)를 이용해 대중 무역 특징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최종 수요가 자국 내 부가가치 유발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2005년 78.1%→2020년 87.3%)은 꾸준히 상승한 반면 한국(2.3%→1.0%)을 포함한 주변국은 해당 비중이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은 올해 과학기술 예산(10%)을 국방 예산 증가율(7.2%)보다 높이는 등 자금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올해 R&D 예산 규모를 14.7%나 칼질한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R&D 예산이 급격하게 증가한 탓에 비효율과 낭비가 심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과학계를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달 '2025년 예산안 편성·기금운용계획 작성 지침'을 통해 내년 4대 투자 중점 중 하나로 '경제 혁신 생태계 조성'을 꼽고 세부 과제에 R&D 개혁을 포함하는 식으로 달래기에 나섰다.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R&D 분야 재원이 다소 늘어날 전망이지만 증가 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R&D는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정부가 예산을 원상 복구하기로 한 건 올바른 결정"이라면서도 "첨단 기술을 둘러싼 국가 대항전이 치열한 상황이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대로 된 예산 투입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