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실이 아닌 온갖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투자 열풍을 타고 AI 과대광고가 기승을 부리면서 인공지능(AI)이 제2의 암호화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사비스 CEO는 암호화폐 광풍이 AI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중 일부(광풍)는 이제 AI로 흘러 들어갔는데, 내 생각엔 조금 불행한 일”이라며 “이는 경이로울 수 있는 과학 및 연구에 구름을 드리운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점에서 AI는 충분히 과장되지 않았으나, 또 어떤 점에서는 너무 과장됐다”며 “우리는 현실이 아닌 온갖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규제 당국은 AI 과대광고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그린워시(greenwash)도, AI워시(AI wash)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린워시란 기업이 환경 유해 물질을 배출하면서 친환경적 이미지 광고 등을 통해 녹색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AI 워시 역시 기업들이 AI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이를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다만, 하사비스는 AI 기술이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 중 하나라고 확신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10년 이상에 걸쳐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일의 단지 표면만 긁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아마도 과학적 발견의 새로운 황금기, 새로운 르네상스의 시작점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를 언급하면서 AI가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파폴드는 2억개의 단백질 구조를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전 세계 100만명 이상의 생물학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딥마인드는 AI를 통해 신약 개발, 재료 과학, 수학, 기상예보 및 핵융합 기술 등에 대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사비스는 AI를 ‘과학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게 자신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사비스는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출현할 가능성은 50%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AGI의 중요성 때문에 우리는 AGI 구축에 좀 더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우리는 할 일이 많고,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며 AI 국제 규범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