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솥구멍 키우고' '화살대만 자른' 공약 경계하라

2024-04-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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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저리 뜯어봐도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헛된 약속(空約)'들이 범람하는 걸 보며 선거철이 도래했음을 새삼 느낀다.

    정치가 말로 하는 전쟁이다 보니 특정 지역과 계층을 겨냥한 메가톤급 핵무기 투하부터 저인망식 기총 소사까지 유권자 공략을 위한 온갖 전술·전략이 동원되는 모습이다.

    기대만 부풀렸다 선거 뒤에는 나몰라라 할 게 자명한 공약이 대부분인 탓에 옥석 가리기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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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뜯어봐도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헛된 약속(空約)'들이 범람하는 걸 보며 선거철이 도래했음을 새삼 느낀다.

향후 4년간 우리나라 의회 민주주의를 이끌게 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가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전체 투표의 3분의 1가량이 이뤄지는 사전투표일까지는 닷새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모두 총력전이다. 정치가 말로 하는 전쟁이다 보니 특정 지역과 계층을 겨냥한 메가톤급 핵무기 투하부터 저인망식 기총 소사까지 유권자 공략을 위한 온갖 전술·전략이 동원되는 모습이다.

기대만 부풀렸다 선거 뒤에는 나몰라라 할 게 자명한 공약이 대부분인 탓에 옥석 가리기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괜스레 사회적 염세주의만 부추기는 꼴이다.

뻔뻔하고 음흉하기까지 한 말의 성찬과 이슈 몰이를 접하고 있자면 중국 근현대 사상가 리쭝우(李宗吾)의 식견에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리쭝우는 얼굴이 두껍고 마음은 검다는 뜻의 '후흑학(厚黑學)' 주창자로 유명하다. 작게는 일종의 처세술, 크게는 경세론으로 볼 수 있는데 요체는 실리를 얻기 위해 철면피가 되라는 것이다.

후흑학에서 거론하는 '일을 처리하는 두 가지 묘법(辦事二妙)'을 들여다보자. 먼저 솥 때우기(보과·補鍋)다. 땜장이는 주인 몰래 솥 바닥 작은 구멍을 크게 키운 뒤에야 땜질에 나선다. 주인은 어떻게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데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 내부로 눈을 돌리면 정부와 의료계 간 이른바 의·정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며 갈등을 최대치로 증폭시킨 게 현 단계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차례다. 

증원 규모를 양보해 500명이든 1000명이든 관철해 내면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일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것이다. 이반된 민심도 어느 정도 되돌릴 수 있을 터다. 물론 이런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R&D 예산 규모를 14.8%나 칼질했다. 과학계의 거센 반발 속에 대학 연구실 불이 꺼질까 노심초사하는 국민들이 많다. 상황 전개를 관전하던 정부와 여당은 내년 예산을 짤 때 R&D 지원액을 지난해(31조원) 수준으로 늘리겠노라 공언했다. 조삼모사와 다를 바 없는 행태인데도 관련 종사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번에는 '화살대 썰기(거전·鋸箭)'다. 어떤 이가 화살을 맞아 외과의를 찾았다. 의사는 톱으로 화살대를 잘라낸 후 사례를 요구한다. 살에 박힌 화살촉은 어쩌느냐고 환자가 묻자 그 일은 내과 소관이라고 둘러댄다. 근본적 치유 없이 대증 요법에 의존하거나, 스스로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행태의 전형이다.

서민 가계를 피폐하게 만드는 고물가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식으로 1년 넘게 지속되는 중이다. 올 들어서는 작황 부진 등 여파로 사과를 비롯한 신선 과일·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할인 지원금 1500억원 투입, 수입과일 대거 공급, 업계의 가격 인상 제동 등 조치가 없는 건 아닌데 '대파 한 단 875원' 언급에 유권자 마음은 얼어붙는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겠다거나,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겠다는 둥의 정부·여당발 공약도 마찬가지다. '가려운 데 긁어 줄게. 현실화 여부는 나중 얘기고' 식이다. 

야당은 다른가. 기본 지원금 25만원 지급, 기본 주택 100만 가구 건설 등이 공약집을 도배한다. 세수 부족 속 재원 마련이 녹록지 않은 건 차치하고 집행권조차 없는데 말이다. 

기실 '거전'과 '보과', 더 나아가 후흑학은 자신의 역량을 재단한 뒤 유연성과 분별력을 가미해 일을 되게 만드는 기교와 방법론이다. 음흉함과 뻔뻔함은 그 와중의 수단일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얼굴이 두껍고 속이 숯처럼 검을지언정 산적한 과제를 풀어낼 능력을 지닌 일꾼들이라도 합류하길 기대한다. 
 
이재호 경제부장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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