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칩 선두업체 엔비디아가 작년 전 세계를 휩쓴 AI 열풍에 힘입어 단숨에 세계 2위 반도체업체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반도체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27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세계 반도체업계 매출액은 총 5448억 달러(약 736조원)로 2022년 대비 9% 감소했다. 이는 앞선 2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이 기록적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낸 이후 맞은 시장 위축기였다고 옴디아는 전했다. 다만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등 영향으로 인해 자동차 반도체 매출이 약 7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업체 별로 보면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의 매출액이 총 511억 9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8% 감소했음에도 순위는 2위에서 1위로 올랐다. 반면 2022년 1위를 차지했던 삼성은 443억 7400만 달러로 3위로 밀려났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엔비디아의 도약이다. 작년 엔비디아는 491억 6100만 달러로 매출이 전년 대비 133.6% 증가했고, 매출 순위도 2022년 8위에서 작년에는 2위로 단숨에 6계단이나 도약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의 등장으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AI 열풍이 불어닥친 가운데 그 수혜를 톡톡히 본 모습이다.
옴디아는 "2023년에 반도체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AI가 업계의 중요 성장 동력으로 등장했고, 기업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 이 분야에 주목했다"며 "엔비디아는 이 분야에서 분명한 승자였다"고 평했다.
한편 AI 칩을 구성하는 주요 반도체로 평가받고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의 선두업체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작년 매출액이 236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0.6% 감소했다. 이에 매출 순위도 4위에서 6위로 2계단 하락했다.
옴디아는 "AI를 구동하기 위해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결합하는 HBM 역시 강력한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고 다른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들도 이 분야로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24년에는 HBM 출하량이 작년보다 더 높은 150~200% 수준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메모리 시장 성장세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