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28일 제주 본사 스페이스닷원에서 제29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등에 대한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정 내정자는 주총 후 이사회를 거쳐 카카오 새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됐다. 정 신임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이번 인사에 대한 내부 평가는 나쁘지 않다. 창사 이래 첫 여성이자, 49세의 젊은 대표라는 점에서 조직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출세 필수 요인으로 꼽혔던 서울대 출신이 아니란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1975년생인 정 대표는 연세대 불어불문학·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직관적인 판단력을 바탕으로 일 처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유사한 성향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조직 쇄신' 작업에 착수한다. 이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초부터 카카오 쇄신 전담조직(TF)장으로 사내 간담회인 '크루톡'을 열고 다양한 내부 의견을 들었다. 전문성을 갖춘 사내외 이사도 신규 선임했다. 권대열 CA협의체 환경·사회·투명경영(ESG) 위원장과 조석영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이 사내이사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정 대표는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공식' 수립에 나선다. 지난해 말부터 많은 잡음을 일으켰던 조직 문화를 효율적으로 바꾸는 게 출발점이다. 우선 명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불필요한 단계를 없앤다. 조직과 직책 구조도 단순화해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목적에 따라 흩어져 있던 기술 역량을 결집해 주도권 역시 한층 강화한다. 카카오의 사업 규모가 급격히 성장한 점을 고려해 그에 걸맞은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단, 본사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를 수립하는 걸 전제로 한다. 이외에도 사업 성격에 따라 조직을 유연하게 운영하며 효율성을 높여나갈 예정이다.
직원들에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하며 정 대표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사기를 독려코자 전 직원에게 1인당 200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동시에, 근무 방식을 전면 출근제로 전환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정 대표의 또 다른 과제는 'AI 경쟁력' 확보다. 이를 실현코자 전사에 흩어져 있던 관련 팀들을 모아 AI 통합 조직을 꾸리기로 했다. 이 조직 산하에 다양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실험하는 다수의 조직을 만들어, 빠른 실행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도모한다. 카카오가 보유한 플랫폼 개발 경험에 최신 기술을 더해 '일상 속 AI' 시대를 선도하려는 의도다.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했다. 이 CAIO는 SKT AI 사업단장, 다음 검색부문장, 다이알로이드 창업자 겸 대표, 네이버 검색품질랩장 등을 역임한 국내의 대표적 AI·데이터 전문가다. 향후 카카오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 기술·서비스 개발 전반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정 대표의 AI 이해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카카오벤처스 대표 재임 시절 다양한 AI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성과로 이어져 높은 이해도와 안목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