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유조선·벌크선' 금융위기 이후 최고가...韓 해운업계는 배 팔아서 재무개선 중

2024-03-2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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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 유조선·벌크선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15년 연령의 수에즈막스급 벌크선의 가격도 같은 기간 2배가 올랐으며,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초까지 5~10년 연령의 중고 벌크선의 가격도 12~14%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컨테이너선과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에 집중된 글로벌 선사의 신조선박 발주로 인해 유조선 건조량이 지난해까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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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의 벌크선 사진팬오션
팬오션의 벌크선 [사진=팬오션]


중고 유조선·벌크선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화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지나치게 낮았던 유조선 신조 선박 발주, 글로벌 에너지 개발 열풍 등이 겹치면서 에너지 운반선 부족사태가 일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3년간 중고 유조선·벌크선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뛰었는데, 이는 국내 선사들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석유제품 운반선의 운임이 30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탱크선사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28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고 유조선 가격은 2021년 초와 비교해 98%가 올랐다. 같은 기간 중고 벌크선 가격은 8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이후 최고 가격이다.
 
건조한 지 5년 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2022년 약 7000만 달러(약941억원)를 기록했으나, 지금에 와서는 같은 선박이 1억 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 중이다. 10년이 넘은 VLCC의 가격도 67%가량이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초까지 5~10년 연령의 중고 유조선 가격이 7~10%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벌크선인 ‘수에즈막스(재화중량 13만~15만DWT)’급 중고 선박의 가격은 2022년 2월 4700만 달러에서 현재 8300만 달러로 올랐다. 10~15년 연령의 수에즈막스급 벌크선의 가격도 같은 기간 2배가 올랐으며,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초까지 5~10년 연령의 중고 벌크선의 가격도 12~14%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컨테이너선과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에 집중된 글로벌 선사의 신조선박 발주로 인해 유조선 건조량이 지난해까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조선의 주요 취항지인 중동 무력충돌 장기화로 운임은 올라가면서 중고 선박을 찾는 선사들이 많아진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또 북해, 유럽, 오세아니아 등에서 석유·LNG 등 대규모 자원개발 프로젝트가 지난해부터 본격화하면서 유조선·벌크선의 수요는 급증한 상태다.
 
이 같은 글로벌 해운 정세는 국내 선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컨테이너선 호황기에도 재무구조 개선에 실패한 탱크선사들이 선박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하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지난해 총 7척의 벌크선을 매각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선박을 매각할 예정이다. 팬오션은 2026년까지 26척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팬오션의 매각 대상 벌크선의 평균 연령은 10년 미만으로 전해지는데, 중고 선가의 가격이 2배가량 뛴 만큼 매각 작업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당초의 예상치를 크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폴라리스쉬핑은 올해 초 4척의 벌크선을 매각했으며, 초대형 광석선(VOLC) 추가 매각을 준비 중이다. 중고 선박 가격의 인상에 따라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큰 이변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LNG상선, SK해운 등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지난해 시장가격 저평가로 매각이 무산됐으나 올해는 자산가치 상승으로 인해 예년보다는 높은 가격에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1~2022년 선박에 투자했다가 올해 큰 이익을 본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중고 선박 장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조선·벌크선의 올해 수익성 전망도 좋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제품운반선(PC선)의 최근 운임은 하루 5만2140달러로 30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약 60%가 인상된 금액이다.
 
높은 선가에 운임 상승이 더해져, HMM으로 대표되는 컨테이너선 중심의 국내 해운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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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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