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내 금융권과 러시아은행이 때 아닌 계좌동결해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소송 규모가 1600억원에 이르는 데다, 판결에 따라 지연이자까지 납입할 수 있어 국내 금융권은 우발채무 이슈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러시아 MTS뱅크는 지난해 11월 27일 러시아 모스크바시 상사법원에 계좌잔액 반환 요구 소송을 KB국민은행에 제기했다. MTS뱅크가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 통제관리국(OFAC)'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리스트에 오르자, 국민은행이 MTS뱅크 외화계좌를 동결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측은 지난 1월 소장 수신 후 현지 재판 일정에 맞춰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내부에서는 패소 가능성을 대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 OFAC 제재로 러시아 현지 유사 소송에 대해 현지 법원이 러시아은행에 유리한 판결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측은 소송에서 패소 시 지연이자를 물어야 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우발부채 등에 관한 사항' 내 중요 소송사건 8가지를 기재했는데, 유일하게 이 건만 재무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은행 가운데선 하나은행도 같은 이유로 MTS뱅크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다만 동결자금이 20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은 재무적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며, 러시아 현지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논리 개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 현지 법원 판결이 국내은행에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을지는 변수로 남아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소송 피고가 '러시아KEB하나은행'으로 현지 진출해 있는 해외법인 해당 계좌여서 재판결과에 따른 구속력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경우 국내에 있는 계좌에서의 자금동결 해지를 요구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정세와 맞물린 사안인 만큼, 관련 소송이 3심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연이자 지급 여부 등 국내은행에 현지법원 판결이 영향을 줄지는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