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볼티모어항의 교량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붕괴 사고로 미국 내 교량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청정에너지 투자에 치중한 나머지 교량 등 기존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미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데일리익스프레스US가 작년 6월 미국 과학 전문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이 발표한 분석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내 교량 4만 3000곳 이상이 '불량 상태(poor condition)'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고속도로관리국(FHWA) 감시 교량이 약 62만곳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 교량 중 약 7%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22년에도 여러 전문가들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여러 교량이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 버클리의 윌리엄 입스 토목공학 교수는 "미국 내 교량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우리는 이 싸움에서 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대부분 교량은 50년가량의 사용 연한을 기준으로 지어지는데, 2022년 기준 미국 내 교량들의 평균 수명은 44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사용 연한이 다 되어가는 노후 교량들이 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가 뚜렷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바이든 정부는 교량, 도로 등 미국 내 인프라 투자 및 유지·보수에 총 1조2000억 달러(약 1615조원)를 투입하는 '인프라 법'을 제정하고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기후 변화 대처 및 청정에너지 전환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교량과 같은 전통적 인프라는 그 혜택을 별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사고 이후 공화당의 낸시 메이스 사우스캐롤라니아 하원의원은 "2년 전에 좌파 민주당이 엄청난 성공이라고 치켜세웠던 1.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을 봐라"며 "이는 대부분 그린 뉴 딜(청정 에너지 투자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프라 법에서 약속한 1.2조 달러 중 10%가 채 안되는 1100억 달러만 도로, 교량 등에 투입됐다며 "우리는 도로, 교량에 돈을 지출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타임지는 미국 싱크탱크 초당정책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의 재난 및 인프라 전문가 앤디 윙클러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붕괴된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교량을 얼마나 빨리 재건하느냐에 따라 평가받을 것이라며 "볼티모어 다리 재건이 바이든의 주요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