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공정한 경쟁을 왜곡한다며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구실로 IRA를 앞세워 중국산 전기차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WTO가 중국의 손을 들어준들, 미국이 IRA를 수정하거나 폐기할 가능성은 없다. 개점휴업 상태인 WTO의 판결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지 오래여서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대표부는 IRA가 공정한 경쟁을 왜곡한다며 차별적인 보조금 집행을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WTO에서 분쟁 해결 절차가 개시됐다.
IRA는 중국을 포함한 외국 우려 기업의 배터리 부품이 포함된 전기차 구매에 대해 최대 7500달러(약 1013만원)에 달하는 세액 공제를 제외한다. 전기차 업계의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 사용을 차단하는 게 골자로, 중국 자본이 제조 및 조립한 부품이 사용된 전기차에 대해서도 보조금 지급을 차단한다.
그러나 WTO가 중국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미국이 IRA를 수정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지난 2022년 12월 WTO가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가 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을 내렸지만, 미국은 여전히 해당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중국, 노르웨이, 스위스, 튀르키예가 규정을 위반했다며 WTO에 제소해 승리를 끌어냈으나 변한 것은 없다.
미국이 WTO의 판결에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WTO 상소기구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여서다. 총 7명으로 운영되는 상소기구의 최소 정족수는 3명이나, 미국이 위원 임명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권 말기였던 2016년부터 ‘상소기구의 판결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위원 임명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도 ‘WTO가 중국에만 유리한 판결을 한다’며 위원 선임을 강력 저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전 두 대통령들과 같은 입장을 취했고, WTO는 힘을 완전히 상실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더 강하게 중국산 전기차를 압박할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해킹 우려를 이유로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조사 개시를 명령했다. 또한 현재 27.5%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우리는 중국에서 자동차를 수입하고 싶지 않다”며 재집권 시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