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27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제7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곽 대표는 "(SK하이닉스의)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으로 차별화된 AI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HBM이 다른 D램처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스펙 아래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엔비디아 등 고객사와 긴밀히 협력해 만들고 장기 공급하는 계약이 대다수인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곽 대표는 "일반 메모리는 스펙 아래 움직이다 보니 장기 공급 계약이 쉽지 않지만, 고객 스펙 요구에 맞춘 커스텀 HBM은 자연스럽게 중장기 계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밀유지 계약 등으로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내년 HBM 수요도 타이트하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올해 생산할 수 있는 HBM도 전량 완판했다고 밝힌 바 있다.
HBM 생산량도 크게 확대한다. 곽 대표는 "비트 수(생산량) 기존 전체 D램에서 한 자릿수였던 HBM 비율이 올해 두 자릿수로 확대될 것"이라며 "생산량을 중요시하던 기존 성장 전략을 HBM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앞세워 수익성 중심으로 바꾸며 추후 반도체 다운턴(불황)이 다시 오더라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HBM 칩 적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장 부지 선정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올 상반기 중 부지를 확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곽 대표는 "확정되면 말씀 드리겠다"고 답했다.
또한 최근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는 "경영환경이나 사업하는 데 있어 정책 변화를 점검하고 사업에 반영할 부분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전략상 방문한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극자외선(EUV) 반도체 규제로 우시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10월 VEU(검증된 최종 사용자) 라이선스를 받아 정상적인 생산은 가능하지만 1a D램은 국내로 가져와 EUV 공정을 거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곽 대표는 "올해 메모리 시장이 깊은 불황을 지나 상승 기류로 전환했다"며 "AI 메모리 시장 급성장에 따른 서버용 D램(HBM 포함)뿐 아니라 온 디바이스 AI 확산으로 모바일·PC D램 매출 확대도 기대된다"고 올해 경영 환경을 예측했다.
그는 이어 "LPDDR5T(7세대 저전력 메모리)는 모바일뿐 아니라 자동차로 판매 시장을 확대하고 GDDR7(7세대 그래픽 메모리)도 적기 공급할 것"이라며 "자회사 솔리다임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서버용 SSD(eSSD)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해 만든 솔리다임은 지난해 4조34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체 에너지 소모의 3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해 차곡차곡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00㎿(메가와트) 규모의 PPA(전력구매계약)를 체결하며 재생에너지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