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선 어떤 것도 결정됐다고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계속해서 사업비 협의가 진행 중일 뿐입니다."
수년간 공회전만 지속 중인 수도권 경전철 위례신사선과 서부선 사업에 대해 여러 차례 진행 경과를 물었지만, 주무관청과 건설사 담당자들로부터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됐다. 취재를 위해 연락한 며칠 동안 진전 없는 답변에 기자 역시 피로감을 느끼는데, 수년째 멈춘 사업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심정은 오죽 답답할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계획이 나온 지 각각 16년이 흘렀지만 현재까지도 사업비 규모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각각 2020년과 2021년 사업시행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지만, 이후 총사업비 규모를 둘러싼 서울시와 건설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서울시와 건설사는 서로에게 사업 지연의 책임을 미루며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최근 몇 년간 공사비가 급등하고 금리상승, 사업성 악화로 민간투자사업 분위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던 3~4년 전에도 저가 입찰로 사업비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위례신사선은 당초 삼성물산이 제안했으나 수익성 문제 등으로 손을 뗀 이후 서울시 입찰을 통해 GS건설이 2015년 말 추정된 사업비보다 3000억원 낮은 1억1597억원에 입찰해 사업을 따냈다.
위례신사선과 서부선 사업이 첫 계획 이후 10여 년이 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하면서 주민들은 관계기관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수차례 거리로 나서며 사업 추진경과에 대한 답변을 요구해도 '협의 중'이라는 형식적 답변 이외에는 뚜렷한 대책을 못 듣고 있다. GS건설의 태도도 4년 전 저가수주 당시와 180도 달라졌다고 주민들은 전한다. 공사비 협상을 명목으로 아예 위례신사선에서 발 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주민들은 건설사와 시의 협상이 실패하면 차순위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을 이어나가길 희망하고 있다. 그것마저 어렵다면 재정사업으로 전환해달라는 목소리지만, 시장에서는 두 방안 모두 현실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순위 사업자를 선정하게 돼도 사업비 규모는 GS건설 컨소시엄이 2020년 저가입찰한 금액이 기준이 되는데, 이를 이어받을 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재정사업 전환도 마찬가지다. GTX 연장과 신설, 철도지하화 등 주력하고 있는 광역교통대책도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뒤처지는 경전철 사업에 정부가 수천억원의 재정을 투입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전철 사업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천수답’ 신세나 다름 없다. 서울시나 건설사 등 경전철과 연관된 주체들 모두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책임 없이 협의만 지지부진하게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사업성 개선을 고민했다면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공사비 협상을 핑계로 주판알을 튕기는 시간은 이미 충분했다. 이제라도 책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책을 내놔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