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선 앞두고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비상

2024-03-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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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공세' 中, 원자재 인플레이션 촉발 가능성

바이든, 대선 앞두고 인플레이션 관리 총력

내달 옐런 방중서 양국 간 협력 가능성도 제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중국의 저가 공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내달 예정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양국 간 인플레이션 관련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연은)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경기침체에 접어든 중국이 재차 제조업 중심으로 생산을 늘려 경기회복을 노릴 경우 전 세계 원자재 시장과 제조업 공급망에 물가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낮은 상품 가격으로 저가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원자재 수요는 높아지면서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연은은 중국의 제조업 경기 활성화 정책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가계 수요 감소와 높은 부채, 인구감소,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악재를 제조업 부문 생산 확대로 타파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내 대출은 제조업 분야에 쏠리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신규 산업 대출 규모는 2020년 대비 약 5배 늘어났고, 특히 지난 1년 6개월 동안 2배 증가했다. 특히 제조업이 편중된 '녹색 대출' 규모의 증가세는 훨씬 가파르다. 반면 부동산 부문 대출 증가율은 0에 가깝다.
 
연도별 중국 인민은행의 부문별 기업별 신용 데이터 사진the federal bank of newyork
연도별 중국 인민은행의 부문별 기업별 신용 데이터 [사진=Federal Reserve Bank of Newyork]


중국 제조업체들은 대출 외에도 또 다른 금융 인센티브 지원을 대거 받을 것이라고 뉴욕연은은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중국은 반도체 부문 발전 촉진을 위해 대규모 기금 조성 계획을 밝혔고, 전기차 구매와 생산에 대한 면세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지원책은 전기자동차(EV), 리튬 배터리, 태양광 패널, 반도체 등 첨단 제조 산업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의 제조업 촉진 정책은 낙관적으로 볼 때 단기적으로 상당 수준의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뉴욕연은은 향후 2년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6%로 전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인 4~4.6%를 상회한다. 다만 뉴욕연은 역시 "제조업 주도 성장 기간이 중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 시나리오를 '슈가 하이'(정책에 따른 단기 성장)와 관련된 상황으로 특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지만, 뉴욕연은은 이 경우, 미국에서 향후 2년간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 제조업 생산 증가가 완제품과 중간재 등의 해외 상품 수요 확대를 불러올 거라고 이들은 예상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 등 교역국의 수출이 늘면 글로벌 원자재, 중간재 가격은 상당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예측한 개인지출물가 성장치 전망 사진fedral reserve bank of newyork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예측한 개인소비지출 물가 성장치 전망 [사진=fedral reserve bank of newyork]


뉴욕연은은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과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미국 생산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제통화기구(IMF) 성장 기준선보다 물가 상승분이 0.5%P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PCE 물가지수는 개인이 소비에 지출하는 물가를 측정하는 것으로 미국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지표다.

한편 일각에선 중국 제조업의 재기가 미국 내 중·소규모 원자재 업체의 쇠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중국사 수입품의 홍수가 무역 긴장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미국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지켜온 제조업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짚었다.

W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석유나 가스를 플라스틱 물병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로 전환하는 재활용 공장이 17개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미국 중서부 지역의 일부 재활용 업체는 중국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문을 닫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중국의 막대한 제조업 생산량의 영향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달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에서 양국이 제조업 분야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중 유화파로 평가받는 옐런 장관은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이는 미국 근로자에게 좋은 기회"라며 중국과 제조업 분야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분리를 추구하지 않지만 우리는 위험을 제거(de-risk)하려고 노력한다"며 "주요 공급망을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인도, 베트남,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국가들로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프랜드쇼어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전면적 교역 확대에 관해 선을 그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사진뉴욕연준은행 히스토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사진=뉴욕연준은행 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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