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 주재로 진행된 조정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8일로 예정된 2차 조정회의에서도 진전이 없으면 노조는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 투표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삼성전자와 같은 수준인 3%로 제시한 반면 노조는 5%를 요구하고 있다. 임금인상률을 5%보다 낮게 적용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복리후생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도 최근 호실적을 이어간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4.8% 감소한 6조원대에 그쳤음에도 양사 임금인상률이 동일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임금인상률은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 계열사에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년 연속 5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지난해 말 기준 48조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았다. 이후 6조6503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배당을 실시한 것은 2012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조3312억원이다. 사실상 번 돈을 모두 배당금으로 돌린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 84.8%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는 5조6395억원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배당금을 반도체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 선두 탈환을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해 반도체(DS)부문에서만 영업손실 14조8795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차입했다.
이를 두고 한 직원은 블라인드 게시글에 "11년 전 우리는 삼성전자에서 버림받았는데 우리는 왜 삼성전자에 아낌없이 베풀어야 하냐"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도 입장문을 통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자 계열사 중 유일하게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숨겨 놓은 알짜 저금통이 되기 위해 분사를 결정하고, 직원들을 희생시키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겠지요"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독립 법인의 자주성이 없다면 삼성전자에 편입하거나 동일한 임금 복리후생을, 독립 법인이라면 주식회사로 상장하고 약속했던 SK하이닉스에 준하는 임금 복리후생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노조는 아직 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노조는 2021년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창사 이래 처음 파업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 사측 핵심 관계자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