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리즈는 2024시즌 MLB 개막전으로 치러졌다. 20일에는 1차전, 21일에는 2차전이 열렸다.
서울 시리즈를 앞두고 연습 경기가 진행됐다. 17일 LA 다저스는 키움 히어로즈를, 샌디에이고는 팀 코리아(한국 야구 대표팀)를 상대했다. 18일에는 샌디에이고가 LG 트윈스와, LA 다저스는 한국 야구 대표팀과 경기했다.
오타니는 두 연습 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5타수 무안타로 저조한 성적을 냈다. 첫 연습 경기에서는 헛스윙 삼진 2회를 했다. 오타니 옆에는 통역사인 미즈하라 잇페이가 함께했다.
미즈하라는 7세부터 미국에서 살았다.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 통역을 맡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담당했던 선수는 오카지마 히데키. 오타니와 연을 맺은 것은 2013년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일하면서다. 오타니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니혼햄에서 뛰었다.
2018년 LA 에인절스로 이적한 오타니는 미즈하라와 동행했다. 승승장구하던 오타니는 지난해 말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10년 7억 달러(약 9380억원)로, 미즈하라도 함께했다.
20일 1차전, 오타니는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5대2로 LA 다저스가 승리했다. 마지막 한 점이 오타니의 배트에서 시작됐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LA 다저스 선수들은 짧게 인터뷰한 뒤 종적을 감췄다.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2차전이 열린 21일 이른 오전, LA 다저스 선수들이 사라진 이유가 알려졌다. 다름 아닌 미즈하라의 횡령과 불법 스포츠 도박 때문. 1차전 직후 미즈하라는 LA 다저스 선수 등 관계자들 앞에서 횡령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을 인정했다. LA 다저스는 그를 해고했고, 오타니의 변호인단은 소송을 진행했다. MLB 사무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2차전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해당 사건에 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2차전 결과 LA 다저스는 샌디에이고에 11대15로 패배했다. 개막 2연전은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논평을 거부했다.
오타니는 "내가 신뢰하는 누군가가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에 매우 슬프고 충격적"이라며 "야구나 다른 어떤 스포츠에도 돈을 걸지 않았다. 누군가를 대신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LA 타임스와 ESPN의 보도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매년 최대 50만 달러(약 6억7000만원)를 불법 스포츠 도박에 사용했다. 미즈하라의 도박 빚은 약 450만 달러(60억3000만원)였다. 미국 수사 당국이 불법 스포츠 도박 업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오타니의 이름으로 거액이 입금된 사실을 포착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빚을 갚아주기로 했다'고, 오타니 측 변호인단은 '미즈하라가 훔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타니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즈하라가 도박 중독이고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빚을 갚거나 갚기로 합의한 적이 없다.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덧붙였다.
오타니는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시즌이 시작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당연히 내 변호사들이 문제를 처리할 것이다. 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횡령과 불법 스포츠 도박 말고도 문제는 많았다. 미즈하라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를 졸업했다고 했지만, NBC 캘리포니아가 확인한 결과 학교에 다닌 기록이 없었다.
사인볼 사유화도 문제가 됐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한 여성에게 오타니 사인을 한 야구공을 건넨 미즈하라는 그 대가로 선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MLB 사무국은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과 횡령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블랙 삭스 스캔들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다. 블랙 삭스 스캔들은 1919년 월드 시리즈에서 터졌다. 당시 화이트 삭스가 신시내티 레즈에 9전 4승제 시리즈에서 5승 3패로 패배했는데, 그 뒤에는 도박사들과 연루된 화이트 삭스 선수 8명(에디 시콧, 벅 위버, 프레드 맥멀린, 칙 갠딜, 스위드 리스버그, 조 잭슨, 해피 펠시, 레프티 윌리엄스)이 있었다. 일명 블랙 삭스들이다. 이들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MLB 커미셔너였던 케네소 랜디스에 의해 두 번 다시 야구계로 돌아올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