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석권하는 품목 중 하나가 항공유다. 다만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친환경 항공유 분야에서는 초심자 취급을 받는다.
정부와 관련 업계의 과감한 투자·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몇 안 되는 '글로벌 1위' 영예를 허공에 날릴 위기다.
글로벌 탈(脫)탄소 흐름에 편승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SAF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0년부터 '바이오연료 혼합 의무제(RFS)'를 시행 중이다. 수송용 화석연료 공급자에게 신재생연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규제다.
유럽도 친환경 항공유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프랑스는 지난 2022년 항공유에 SAF를 1% 이상 섞도록 명시한 데 이어 의무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지난해 '리퓨얼 EU' 규정을 제정하며 SAF 의무 포함 기준을 포괄했다. 내년부터 EU 내 모든 공항은 항공기 급유 시 SAF를 2% 이상 혼합해야 한다.
아시아 주요국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2026년부터 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 1%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이 비율을 최대 5%로 상향할 방침이다. 일본도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 등으로 SAF 사용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 첫발을 뗀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야 법적 근거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투자세액공제율 등은 업계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 부처가 지원책 마련에 나섰지만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항공유 수출량은 2022년 기준 1080만3000t으로 세계 1위다. 2위인 미국(848만8000t), 3위인 네덜란드(772만t)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다만 글로벌 항공유 시장이 SAF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 국내 항공유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이 매일 수입하는 화석 연료 기반 항공유는 12만 배럴에 달하며 그 절반인 6만4000배럴을 우리나라가 수출한다. 미국이 SAF 비중을 확대할수록 우리 수출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