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브린의 For Another Perspective] 대한민국 국회 "분발하세요"

2024-03-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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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



인간사에서 단체로 임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를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제나 일이 잘 풀리는 건 아니다. 축구 국가대표팀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팀이 지고 있을 때 11명의 재능 있는 선수들과 숙련된 감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법처럼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큰, 110%의 경기를 보여줄 때가 있다. 이는 학교에서, 예술에서, 회사에서, 군대에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필자는 이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게 정치에도 적용되는 현상인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국회라는 집단이 개별 국회의원의 합보다 더 나은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회의원들은 변호사, 기업가, 경제 전문가, 사회 활동가 등 개개인으로는 훌륭한 전문가지만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 것도 아니고, 모이기만 하면 어리석다. 정치인들이 무능하다는 말도 아니고 국민들이 잘못된 사람에게 투표했다는 말도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꼭 집어 말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제도로서의 의회가 이 나라 국민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높은 수준의 리더십을 제공하는 곳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결코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지 않다.
 
이제 독자들은 필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우리는 신중하고 이성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원칙 아래에 살기로 동의했다. 이론에 따르면 이 공식은 시민 개인과 가족이 단지 생존(survive)하는 게 아니라 삶을 영위(thrive)할 수 있게 해준다. 공동체임에 사회가 빛을 발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법들이 작동한다. 분쟁이나 사회문제가 떠올랐을 때 사람들은 결국 법이 귀결시킨다. 분쟁에서 문제가 법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을 만들어 기존에 있는 법을 보충한다.

이는 복잡한 절차이지만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50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거대하고 정교한 대한민국이라는 '마을'이 잘 굴러가고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국회는 이 마을에 중대한 기관이며 두 가지 목적을 수행하고 있다. 일단 토론의 장을 형성한다. 그 말인즉슨 규제와 우선순위가 필요한 사회문제들을 찾아낼 책임이 있다. 둘째로, 국회는 규칙을 만들고 새로운 법과 기존의 법을 개정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
 
4년마다 18세 이상 국민들은 이러한 중요한 일을 맡을 300명의 책임감 있는 사람들을 뽑는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사실 유권자들은 253명을 뽑고 47명의 추가 의석은 인기투표 비율에 따라 정당에서 공천한다). 현직 국회의원들의 고용 계약은 4월 10일에 만료된다. 그때 참여를 원하는 성인인 시민들은 일종의 집단 고용 위원회를 구성한다. 다시 말해 투표를 한다. 기존의 국회의원을 다시 고용할 수도 있고, 그들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선거는 우리 민주주의에 중대한 ‘민주적인’ 부분을 맡고 있다. 그것은 국가와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이고 강요받지 않은 지지를 촉진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체제의 힘의 원천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그 과정에 관여하고 우리가 선택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에 간접적으로 동의하는 메커니즘이다. 이것은 신성한 것이며, 예를 들어 부정선거를 해 이런 권리를 침해했을 때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건 동시에 약점의 원천이다. 자신을 돋보이기에 능한 정치인들이 보상받고 그들로 하여금 정당이나 심지어는 국가에 대한 관심보다 개인의 관심을 우선순위에 두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일련의 미인대회처럼 보이는 대회에서 승리해야 한다. 첫째로, 그들은 정당에 등록되어야 하고, 다음에는 본인 지역구에서 승리해야 하고, 4년 뒤에 재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늘 대중의 시야 안에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 내에서 더 높은 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을 훌륭하게 보이도록 만들며 더 중요하게는 ‘기사 거리가 될 만한’, 언론에 보도될 수 있는 법안을 도입해야 한다. 이 말인즉슨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인 비전과 에너지,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일들이 결국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수행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답을 모르겠다. 필자에게 몇 가지 제안은 있지만 아무도 실행에 옮길 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제안은 정당들이 사소한 문제로 싸우는 걸 멈추고 중요한 문제에 협력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느끼기에는, 정확하진 않지만, 국회의 정치인들은 상대와 토론하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평판을 더럽히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다. 따라서 영부인이 핸드백을 받았어야 했는지에 대한 관심은 필자에게 솔직히 황당하며, 그저 대통령을 약한 남편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비열한 방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 제안은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책임질 사안과 아닌 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극도로 낮은 출산율과 극도로 높은 자살률을 가지고 있다. 이의 근본적인 원인은 삶의 목적과 행복 추구에 관한 문화적 변화의 깊은 흐름에 있다. 따라서 이건 국회가 해결할 책임이 있거나 능력이 있는 게 아니다. 물론 경제적 인센티브와 지원의 형태로는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겠다.
 
세 번째로 정치인들은 탄핵에 대해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탄핵과 30년형 선고는 입법부와 사법부의 역사적인 실패였다. 사건의 교훈은 거리에 나선 군중들의 이야기는 경청해야 하지만 그게 나라를 운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국가가 흔들릴 만한’ 실패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탄핵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탄핵이 선거 결과를 뒤집는 전략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 선거는 신성하다.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코를 골 때마다 이혼을 외치면 안 되는 것처럼 그 단어 자체를 쉽게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또 다른 제안은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에게 총리 임명과 같은 동의 요청을 받았을 때 조금 더 세련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처럼 한덕수 총리가 전 직장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연봉'을 받았다는 논란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연봉'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국회의원들은 얼마나 벌까?) 혹여 누군가의 아들이 미국 여권을 가지고 있거나, 학생으로서 무언가를 표절했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힘든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성직(聖職)에 대한 잣대로 평가받을 일이 아니다.
 
필자는 최근 국회의 연례적인 국정감사를 유심히 지켜보지 않지만 가끔 위원회에 국회의원들 앞에 출석해야 하는 사람을 만난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이 진실을 밝혀내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보다 자신들을 협박하고 괴롭힌다고 느끼고 있다. 정확한 사실 관계는 알지 못하지만 인식이 이러하다는 건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협치와 관련해 입법에 관해서 여야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 우리가 느끼기엔 의원들이 허구한 날 사소한 문제로 다투고 있는 반면 실제로 새로운 규정을 제시하고 입안하는 수고를 하는 것은 국가의 관료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 약력]
마이클 브린은 현재 글로벌 PR 컨설팅 회사인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CEO다. '가디언' '더 타임스' 한국 주재 특파원, 북한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턴트, 주한 외신기자클럽 대표를 역임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한국인을 말한다'를 포함해 한국 관련 저서 네 권을 집필했다. 1982년 처음 한국에 왔으며 서울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번역: 문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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