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대로라면 1등은 조지연이 돼야 하는데 지금 막상막하 아입니까? 국민의힘은 정신 차려야 됩니다."
경북 경산시장에서 족발 가게를 운영하는 박철환씨(가명·60)는 '이번 총선에서 누가 이길 것 같으냐'는 아주경제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만난 시민들도 "무조건 국민의힘 후보를 뽑는 시대는 지났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구 중남구와 경북 경산은 '친박(박근혜 전 대통령)'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민의힘 후보에 강력한 적수로 맞서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가 대구 중남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친박계 좌장으로 꼽혔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경북 경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를 의식한듯 지난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과 동성로, 경산 공설시장을 잇달아 방문해 표심 되돌리기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도 예방할 계획이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와 경쟁하는 무소속 후보자들을 겨냥해 "우리 원칙은 무소속 출마자에 대해 복당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이 방문했음에도 대구 중남구 민심은 싸늘했다. 서문시장에서 견과류를 파는 잡화점을 운영하는 홍민기씨(가명·58)는 "지난 선거 때는 무조건 국민의힘을 뽑았는데 지금은 누구를 뽑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도 변호사 공천 취소는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한동훈이 공천권을 쥐고 흔드는 것 자체가 보수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신암동 주민 최영숙씨(가명·71·여)는 "도 변호사로선 억울할 것 같다. 그동안 쭉 국민의힘을 지지했는데 이번에는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은 정치를 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뿌리 깊은 보수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박진솔씨(가명·27·여)는 "가족들 전부 뿌리 깊은 보수 지지자인데 도 변호사가 공천 취소된 게 잘못됐다고 얘기하더라"며 "자연스레 도 변호사에 대한 뉴스를 찾아보게 됐는데 과거 발언을 꺼내서 문제 삼는 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한 위원장이 동성로에서 유세를 시작하자 자신들을 '일반 대구시민'으로 칭한 일부 시민들은 한 위원장을 향해 항의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임순자씨(가명·56·여)는 "민주당이 광주를 '맡겨 놓은 표' 취급하는 것처럼 대구도 그런 취급을 하는 것 같은데 집토끼도 뛸 줄 안다"며 "도 변호사 공천 취소는 대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경산 지역 민심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경산 공설시장 앞 가구가게를 운영하는 황성철씨(가명·60)는 "최경환과 조지연이 막상막하 비등한 결과를 받을 것이다. 이 지역은 아직도 박근혜에 대한 애정이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 '텃밭'인 만큼 후보자 면면과 상관 없이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임민정씨(가명·67·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우선 국민의힘을 뽑는게 맞다"고 했다.
경산 공설시장 인근에서 한약원을 운영하는 김성환씨(가명·54) 역시 "조 후보가 여자 치고 아주 당찬 행보를 보이는 것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며 "최경환이 왜 또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속된말로 쪽 팔린다. 언제적 박근혜를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