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말 국민의 정신건강을 중요 의제로 삼고 정신질환 예방·치료·관리 전반을 강화하겠다며 '정신건강정책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정신건강정책을 강조하고 나선 건 과도한 경쟁과 1인 가구 증가, 공동체 붕괴 등으로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고,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지속될 거란 판단에서다.
이에 정부는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년 정신건강검진을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등 정신질환 예방 및 치료 지원 계획을 내걸었다.
이를 통해 정부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자살률을 50%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돌아보면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오래도록 벗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하나 아쉬운 점은 정신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지방과 노인에 대한 고민이 충분했는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가 내건 정책엔 지방이나 노인에 초점을 맞춘 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본다.
이는 우리나라 자살률 통계에서 매번 노인 자살률이 높은 비중을 차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정책 지원책도 같이 제시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망 원인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대 이상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21.4명, 30대 이상 자살률이 25.3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70대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7.8명이었으며 80대 이상은 60.6명으로 가장 높았다.
더불어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지방의 자살자 수도 수도권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전국 평균 25.1명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21.3명, 경기는 22.9명으로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충남은 33.02명, 강원은 33명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했으며 충북 28.9명, 전남 26.7명, 경북 26.9명 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신질환 치료의 지역 양극화가 심하다는 점이다. 높은 자살률과 달리 지방에는 치료받을 수 있는 정신 의료 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신문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건강보험 데이터와 지역별 정신의료기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에 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111개, 서초구는 58개 등이었다.
반면 농어촌 지역인 강원 고성군. 경북 영덕군, 충남 계룡시, 충북 증평군 등에는 정신과 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인구 대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 수가 많은 지역 상위 50곳 중 20곳은 인구 5만명 미만인 농어촌 지역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있더라도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은 원거리에 위치한 병원이나 공중보건소를 방문해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에 초기 치료가 중요한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에 대한 진료를 받을 엄두조차 못 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방의 독거노인 비중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 수는 지난해 199만3000여 명으로 전체 65세 인구의 21%에 달한다. 특히 수도권보다 지방의 독거노인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신과 진료 서비스의 지역 양극화가 노인 자살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공공부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를 주재하며 보건복지부에 "정신건강에 대한 새로운 인프라 도입과 예산 반영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당부한 바 있다.
이런 기조가 지방과 노인에게도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정신의료 공백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에 대한 고민과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