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놓고 전공의와 의대 학생들이 제기한 소송의 첫 기일이 시작됐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제기한 소송에 이어 의대 증원을 둘러싼 두 번째 법정 공방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22일 전공의와 의대 학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전공의 측 이병철 변호사는 "충북대 의대는 정원이 40명대인데 200명이 증원됐다"며 "휴학생들의 휴학이 구제받지 못하면 250명의 의대생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카데바(실험용 시신) 한 구당 학생 5~6명이 실습을 해왔는데, (증원으로) 30~40명이 실습하게 되면 전문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를 지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의사 한 명당 돌보는 환자의 수와 국민 피해를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의대 정원은 27년 동안 증가하지 않았고 2006년엔 감축까지 됐다"며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보건 위기 상황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의료 교육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대 교수 한 명당 배정되는 학생의 수는 타 대학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사회적으로 문제 되는 사안인 만큼 늦지 않게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지역 의대 교수 대표자들은 심문에 앞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증원안(案)대로는 양질의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중국 충북대 의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늘어난 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학생들이나 교수들은 모두 원치 않는다고 울부짖었는데 어떻게 대응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도 "지역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지역 필수의료 인력도 늘어난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던 윤석열 대통령께서 김정은 공산당 폭탄식 독재를 따라가지 않나 싶다"고 비판했다.
충북대와 부산대는 정부 증원안에서 입학정원이 각각 49명에서 200명, 125명에서 200명으로 확대됐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가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은 같은 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4일 첫 심문기일이 열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수험생·학부모·서울 지역 의대생 등 18명이 별도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은 각각 같은 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와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에 배당됐으나 심문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