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재탕, 삼탕이다. 여야가 발표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공약에서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문화·예술·관광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선거에 문화관광 정책이 빠졌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가 ‘케이(K)-컬처’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은 바뀐 문화의 위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 기술(CT) 등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하는데,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청년 문화예술패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처음 시범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국 1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1인당 공연·전시 관람비를 최대 15만원까지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올해에는 문화예술진흥기금 170억원이 ‘청년 문화예술패스지원’에 사용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만 24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만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제시하지 못했다.
관광 분야 역시 이렇다 할 공약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내놓은 공약도 정부가 추진·운영 중인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현재 관광 산업 발전과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활로 개척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관광 산업 장기 적자와 인·아웃바운드 수요 격차가 심화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자전거 관광을 통한 지역관광 활성화 △K-콘텐츠 체험형 체류형 관광산업 육성 △지역 특화 치유 관광·워케이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놨다.
하지만 이 공약은 문체부가 주축이 돼 한국관광공사, 지자체와 함께 추진 중인 사업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사랑 휴가지원제(가칭)’를 신설해 지역 관광 인프라 이용 시 정부와 지자체가 15만원의 분담금을 각각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놨다지만, 근로자의 국내 여행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2018년부터 운영 중인 ‘근로자 휴가지원사업’과 차이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립공원 등에 가족 단위 ‘차박’이 가능한 미래형 캠핑장을 개설해 국민의 친환경 생태 여가 활동을 지원하고, 캠핑장 내 화기안전공간, 오수처리시설, 전기충전소 등을 설치한다는 정책도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이미 지자체가 힘을 쏟는 캠핑장 구축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병민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문화와 관광은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일상으로 자리잡았다”며 “메타버스 등 기술과 문화가 결합한 새로운 영역의 정책 제안을 하고 더 나아가 관련 분야 일자리 창출 등에 힘을 쏟아야 국가적인 미래 대응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