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개혁신당에서도 4월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여야 모두 잡음이 없는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지만, 비례대표 순번을 두고 지도부가 공개 충돌하는 ‘밀실 공천’ 논란은 이번에도 피할 수 없었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도체 중심 첨단과학기술 인재는 개혁신당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첨단과학기술 인재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개 반발했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도 전날 밤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추천 명단을 재의결했다. 호남 4선 출신인 조배숙 전 의원이 13번을 받았고, 당직자 출신 이달희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는 23번에서 17번으로 순번이 앞당겨졌다.
이는 기존 명단에서 호남·당직자 출신 인사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친윤(친윤석열) 이철규 의원의 지적을 수용한 조치다.
그러나 24번을 받았지만 ‘호남 홀대’를 주장하며 신청을 철회한 주기환 전 광주시당 위원장은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주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20년 지기다. 여기에 이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던 한지아 비상대책위원(11번),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15번)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도 후보 선정을 놓고 홍역을 앓았다. 연합정치시민회의가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두고 비례대표 후보 부적격, 재추천, 부적격 재판정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갈등을 빚었다.
민주당은 임 전 소장의 ‘병역거부’를 이유로 들었지만, 시민단체에서는 그가 노무현 정부에서 사면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힌 성소수자인 점을 민주당이 부담스러워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주요 정당에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내홍이 반복되는 것은 비례대표가 지역구보다 수월하게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지역구에서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지 않아도 되고, ‘당선권’ 순번을 받으면 사실상 국회에 입성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앞선 순번을 차지하기 위한 내부 암투가 치열한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례대표 제도는 직능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현재는 당에 기여한 공을 논한 뒤 상을 행하는 ‘논공행상’으로 변질됐다”며 “제도가 취지대로 굴러가지 않으니 잡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