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들이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대한 자율배상을 예고한 가운데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일부 은행의 자율배상안 논의를 반기면서도 사실상 KB국민은행 행보가 관건일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판매 규모가 타사대비 월등히 커 아직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설명인데 일각에선 빨라진 배상안 시계에 곤혹스러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22일과 27일 이사회를 개최해 홍콩 ELS 자율배상 논의를 거친다. 일부 업계에서는 우리은행 평균 배상 비율이 40% 수준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국 역시 시중은행들의 신속한 자율배상 논의를 반기면서도 KB국민은행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한 배상액 규모와 자율배상 결정 시 배임 혐의가 없다는 법률 검토 결과를 내놓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은 앞서 판매사가 부담해야 하는 최대 배상 비율이 100%에 이를 수 있지만 다수 사례가 20∼60% 범위에 분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은행의 자율배상은 배임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권에선 분쟁조정안을 수용하는 것 자체가 암묵적으로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추후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만 배상액 추정 등 내부 검토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 KB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들 사이에선 빨라진 배상안 시계에 난감함이 묻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판매 규모가 작아 배상안 도입이 이달 중 이뤄질 가능성이 업계에서 거론돼왔다"며 "하지만 하나은행 자율배상 논의 공식화에 다른 은행들은 당혹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늦어도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 어떤 형태로든 남은 은행들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으로서는 부담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은행 측은 원론적 입장을 보이며 자율배상 도입 여부에 조심스러운 기조를 이어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판매된 ELS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해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