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키워드는 '막말 파문'이다. 이번 4·10 총선에서도 여야 각 정당은 '국민 정서'를 강조하며 과거 논란 발언이 뒤늦게 드러난 후보들의 공천장을 회수했다. 다만 지금도 일부 공천 후보들의 과거 발언이 계속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선거 판도에 미칠 영향력이 주목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 발언에 발목이 잡힌 이는 현재까지 총 4명이다. 국민의힘은 '5·18 폄훼' 의혹이 불거진 도태우(대구 중·남) 변호사와 부적절한 표현이 담긴 다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장예찬(부산 수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공천을 취소했다. 이들은 당의 결정에 불복, 해당 지역에서 무소속 출마한다.
장 전 최고위원은 10여 년 전 SNS상의 과거 발언이 집중 조명됐다. 그는 2014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당초 공관위는 부적절한 표현이라면서도 발언 취지는 참작할 수 있다고 두둔했다. 그러나 이후 '서울시민의 시민의식과 교양 수준이 일본인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 '남자들은 룸 두번 갈 거 한번만 가면 후원을 더 할 수 있다. 여자들은 백 좀 작작 사라' 등 문제성 발언이 줄줄이 불거지면서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목발 경품' 발언 뒤 '거짓 사과' 논란을 빚은 정봉주(서울 강북을) 전 의원의 공천을 뒤집었다. 정 전 의원은 2017년 한 유튜브 방송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을 두고 대화하던 중 "비무장지대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는 2015년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서 수색하던 우리 군 장병들이 지뢰를 밟아 신체 일부에 장애를 입은 일을 연상케 해 큰 비난을 받았다.
정 전 의원은 "발언 직후 당사자께 유선상으로 사과드리고 관련 영상을 즉시 삭제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부상 장병들이 사과받은 적이 없다고 밝혀 '거짓 사과' 논란이 더해졌다. 또 지난 1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시청자 댓글을 향해 '벌레'라고 발언한 사실 등도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제3지대에서도 문제 발언으로 공천이 번복됐다. 개혁신당은 과거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막말' 논란이 있었던 충남 서천·보령 이기원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그는 과거 자신의 SNS에 "위안부 역사를 기억한다며 가는 곳마다 동상을 세운다고 한다. 역사의 이름을 빌린 위선"이라며 "강간당한 사실을 동네 대자보에 붙여놓고 역사를 기억하자고 하는 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야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후보를 바꿨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몇몇 후보자들의 논란은 수습되지 않아 선거 마지막까지 뇌관이 될 전망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 매국노'로 빗대 비하했던 양문석 민주당 후보(경기 안산갑)는 공천을 유지하는 기류다. 친노(노무현) 진영에서 자진 사퇴 등을 압박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표현의 자유'를 들어 옹호하면서다. 조수연 국민의힘 후보(대전 서구갑)는 일제 강점기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지만, 광복회장을 찾아 무릎을 꿇으며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