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외發 감염병 유입, '검역'으로 지역사회 지킨다

2024-03-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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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공항 입국 수속 첫 관문, 최일선 현장 공개

지영미 청장, 일일 검역관으로 현장 소통···"향후 비대면 검역도 확대"

입항 선박 감염병 유입도 차단···중국 단체관광에 크루즈 63척→291척 증가 예측

사진질병관리청
제주국제공항 내 검역소. [사진=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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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 입국객이 검역소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큐코드(Q-CODE·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 찍으시고요. 체온 측정하겠습니다. 위에 카메라를 바라보세요.”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이 제주국제공항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 ‘검역대’ 현장 모습이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 기자가 방문한 제주국제공항은 화창한 날씨에 화답이라도 하듯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코로나19 팬데믹 해제 이후 국내를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이날 역시 이른 시간부터 입국객들이 속속 검역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각자의 스마트폰에 미리 발급 받은 큐코드 바코드를 찍었다. 이후 검역관들은 모니터를 통해 개인정보와 입국 및 체류 정보는 물론 발열이나 오한과 같은 건강 관련 증상에 체크한 게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해 이상이 없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도 검역관의 일이다. 승객 한 명이 검역대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내외, QR코드 하나면 입국 시 검역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해외 입국자 사후 추적도 용이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 최일선 현장에서 방역에 ‘총력’···지영미 청장도 검역관 역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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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관이 입국객의 개인정보 등을 확인한 후 체온을 체크하는 모습. [사진=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국립제주검역소는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승객과 여객기, 화물기 등에 대한 검역을 맡고 있다. 총 19명의 검역관이 교대 근무로 제주공항 검역대에서 입국자를 맞는다. 이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뎅기열, 콜레라, 홍역과 같은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최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이다.

이날 김옥수 국립제주검역소 소장은 “최근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이 계속 나오고 있는 데다, 국가 간 교류 증가로 감염병 유입과 확산 가능성 커지면서 최일선에서의 검역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역대에서 증상이 있는 감염 의심자가 발견되면 검역관은 곧바로 2차 고막체온 측정을 한다. 측정 결과 발열자로 나오면 유증상자통합분류표 작성과 함께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김 소장은 “검체채취와 검사의뢰에는 통상 4시간~5시간가량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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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검역관으로 나선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14일 제주공항에서 감염병 환자 역할을 맡은 입국객의 검역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이날 현장을 찾은 지영미 질병청장은 일일 검역관으로 나서 최근 국내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뎅기열’ 유증상자 발생 상황을 재연했다. 지 청장은 체온 측정, 큐코드 입력 내용을 확인하는 검역조사와 역학조사 등 일련의 검역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감염병 의심 환자로 분류된 유증상자의 검체 채취 과정도 실제처럼 이뤄졌다. 공중보건의가 란셋(바늘)을 이용해 혈액을 채취한 후 혈액 3~4방울과 검사 용액을 신속진단키트에 떨어트렸고, 결과는 15~20분 이내에 확인할 수 있었다. 뎅기 바이러스 항원과 항체 모두 음성이 나와야 하며, 양성자라면 의료기관 이송을 통해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날 공항 내부에 위치한 격리관찰실도 공개됐다. 이곳은 1인실 방에 침대 등이 구비되어 있는 곳으로 유증상자가 결과 통보를 받기 전까지 환자 관리와 관찰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비대면 방식의 검역 심사도 확대될 전망이다. 지영미 청장은 “큐코드에 이어 입국자 편의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김해공항에서 비대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효과가 있다면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질병청은 지난 2월부터 김해국제공항 B입국장에서 자동검역심사대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자동검역심사대는 입국자가 여권이나 큐코드 스캔으로 간편하게 비대면 검역을 마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中 단체관광 허용에 크루즈 검역 증가···“큐코드 이용 확대에 적극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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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14일 제주 강정항에 도착한 크루즈에 승선해 건강상태질문서와 건강확인서 등 검역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 차단을 위해서는 선박 검역도 빼놓을 수 없다.

검역관은 2인 1조로 크루즈선에 올라 승객과 승무원 명부와 건강확인서, 위생면제증명서 등을 확인한다. 주방과 식품 창고 등도 살펴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여객터미널에서는 하선하는 승객과 승무원을 대상으로 발열 상태도 체크한다.  

만약 유증상자 승객이 나오면 체온을 다시 측정하고, 의심환자로 분류될 경우 하선하지 못하도록 조치한다. 선박소독 명령 역시 필수다. 일반적으로 크루즈 검역에는 40분가량 소요된다.   

이날 오후 2시 중국에서 출발한 크루즈선박이 승객 4600여명을 태우고 강정항에 도착했다. 해당 선박을 검역한 결과 코로나19, 인플루엔자, 급성 위장관염까지 총 5명의 유상증자가 나왔다. 검역관은 이 중 코로나19 유상증자 2명에 대해선 선내 격리유지와 함께 선박 자체 소독 명령을 실시했다.

올해는 검역이 3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김옥수 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됨에 따라 지난해 8월 중국 단체관광이 허용되면서 올해 검역 물량이 3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4226대의 항공기를 통해 64만명이 제주에 입국했는데, 올해는 87만명(5700대)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선박의 경우에는 크루즈 증가로 지난해 63척에서 올해는 291척으로 362% 폭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 소장은 “해운대리점 검역 협력과 함께 현장 검역관 인력 조정을 통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면서 “또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지난 1월 뎅기열 신속검사 도입과 함께 24시간 전화 상담과 통역 서비스, 간이 신고센터 설치 등으로 접근성 강화와 함께 큐코드 이용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역관들은 유증상자를 걸러내 지역사회 바이러스 확산을 미리 막았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또 검역도 중요하지만 입국자가 증상을 신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순 제주검염소 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른 감염병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에 따른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단순히 검역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자체와 연결해 지역사회 확산 방지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효정 기자
국립제주검역소 항공·항만 검역관들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장 이야기와 앞으로 향후 검역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사진=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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