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소비자의 날'을 앞두고 중국소비자협회가 '위푸(預付)', 우리 말로 이른바 선불식 소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에는 선불식 소비 문화가 상당히 보편화돼 있다. 헬스장·골프장·미용실이나 학원 교습소·식당· 마트 등에 일정 금액을 미리 결제(충전)해놓고 소비액만큼 차감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선불 결제 시 할인이나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사업자도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해 자금 운용에 여유가 있는 등 장점이 많았다.
14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협회는 앞서 12일 '선불식 소비에 대한 소비자 권익보호 보고서'를 발표해 선불식 소비 모델을 둘러싼 소비자 분쟁과 관련해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불법 경영자 신용을 제한하고 처벌하도록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 측에서 피해 증거를 입증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밖에 선불식 소비에 대한 행정 관리감독을 강화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권익 보호를 위해 법적 소송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사전에 중재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중국 내 선불식 소비 모델 폐해가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특히 지난해 전국에 150여곳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20여년 역사의 중국 상하이 최대 피트니스 클럽 체인인 테라 웰니스가 문을 닫으며 소비자 환불 요구가 치솟은 게 계기가 됐다.
이에 상하이시 정부는 올 초 '소비자의 헬스·스포츠 사업자의 선불 충전금액 관리 강화에 대한 법안' 초안도 만들어 의견 수렴 중에 있다. 초안엔 선불카드 충전액을 2만 위안 이하로 제한하고, 24개월치 이상 혹은 60차례 횟수 이상을 한꺼번에 사전 결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선불금 자금 용도·관리방식, 사업장 임대기간 등을 상세히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사실 중국이 1993년 제정한 소비자권익보호법은 2009년, 2013년 두 차례 개정을 통해 선불식 소비에 대한 관리감독을 규정하고 있다. 또 소비자권익침해행위 처벌법, 학원 교습기관의 선불금 관리감독 강화에 관한 통지 등으로 선불식 소비 모델에 대한 관리감독과 처벌 규정도 만들었다.
하지만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하도록 규정하는 등 사실상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중국 재판문서망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선불식 소비를 둘러싼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은 헬스장과 피부미용 등 뷰티 업종이었다. 그 다음이 학원 교습소와 쇼핑업체다. 선불식 소비로 분쟁이 발생해 법적 소송까지 가면 90% 소비자가 승소하지만, 일부는 2심까지 가야 할 정도로 물리적·금전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중국 국영중앙(CC)TV는 올해도 3월 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이해 오는 15일 저녁 ‘3·15완후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해 소비자 권익을 해치는 '악덕기업'을 고발한다. CCTV는 올해 주제는 '신용과 안전'으로 식품안전, 금융안전, 디지털안전 등 방면에서 기업의 문제점을 낱낱이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1991년부터 매년 방영된 3·15완후이는 약 두 시간에 걸쳐 10곳 이상의 불량기업을 폭로해왔다. 해당 프로그램은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인민검찰원,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안부, 사법부, 국가품질감독총국, 국가식약품감독관리총국, 중국소비자협회 등 국가 정부 기관과 CCTV 특별 취재팀이 공동으로 6개월에서 1년간 준비한다.
해당 프로그램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 이미지 추락과 주가 폭락, 판매량 급감 등 후폭풍으로 이어져 기업들 사이에서 3·15완후이를 '공포의 저승사자'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