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홍콩 ELS '차등배상' 한다는데…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2024-03-1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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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고려 요소, 사례 많아 계산 어려워…나이·금융지식 등 고려

현장 검사에서 발견된 사례 분석해보니…배상비율 0% 도출되기도

4000만원 투자한 전업주부, 조정기준 적용 시 1284만원 배상 예상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최근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크게 보면 △판매사 요인(기본+공통 가중, 23~50%) △투자자 요인(개별, ±45%포인트) △기타 가중요인(±10%포인트) 등으로 구분되지만, 표본도 많고 사례도 워낙 다양해 투자자들은 개별적으로 얼마를 배상받을 수 있는지 계산이 어렵다. 이에 사례를 바탕으로 배상 비율 계산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다만 금융사들이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인다는 전제가 필요하고 분쟁조정안도 하나의 기준에 불과해 실제 배상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현장 검사에서 발견된 사례 유형화…일부 투자자 배상비율 0%
50대 금융소비자 A씨가 B은행을 통해 H지수 ELS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본 사례를 살펴보자. 금감원 현장 조사 결과 B은행이 A씨에게 상품을 팔 때 각종 의무를 위반하고 내부통제가 부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판매자 요인에 따라 35% 배상 비율이 결정됐다. 그러나 A씨는 그간 ELS 상품을 총 62차례 가입했고 그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적도 있다. 금감원은 투자자별 배상 비율 중 ELS 투자 경험이 많다는 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지했다는 점을 차감 요소로 봤다. 이에 더해 과거 ELS 투자를 통해 거둔 이익이 이번에 발생한 손실보다 크다는 점, 가입금액이 5000만원 이상이라는 점 등도 고려돼 총 40%포인트가 차감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조정기준안에 따라 A씨가 적용받는 배상 비율은 0%다.
 
가입 경험이 있다고 배상을 아예 못 받는 것은 아니다. C씨는 ELS 상품에 가입할 당시 65세 미만이었고, 과거에 8차례 ELS 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ELS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본 적은 없었다. 여기까지는 개인 투자자별 가산·차감 요소가 없다. 그러나 가입금액이 5000만원을 초과한 게 5%포인트 차감 요소로 작용했다. C씨의 사례에서 판매자 요인은 35%로 A씨와 같았지만 투자자 고려 요소에 따라 5%포인트만 차감돼 손해액의 30%를 배상받을 수 있다.

ELS 가입 당시 만 80세였던 D씨는 배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E은행은 D씨에게 ELS 상품을 팔면서 적합성·설명의무·부당권유 등 항목에서 모두 지적을 받아 40% 배상 비율을 적용받았고 내부통제부실로 인해 10%포인트가 가중됐다. 당시 E은행은 초고령자인 D씨에 대해 고령자 보호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D씨는 15%포인트 가산을 적용받았다. 게다가 C씨가 원래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려고 은행을 방문했던 것으로 밝혀져 10%포인트가 또 추가됐다. 이에 C씨는 조정기준안에 따르면 손실액의 총 75%를 배상받을 수 있다.
 
◆주요 고려 요소, 나이·투자 경험·가입금액

이처럼 사례가 워낙 다양하지만 공통으로 확인할 만한 요소는 △나이 △ELS 투자 경험 △가입금액 △금융사 최초 방문 목적 등이다.

예를 들어 40대 중반 전업주부인 F씨는 2021년 2월 중증질환 진단금을 치료비 목적으로 예치하고자 G은행을 방문했다. 은행에서 ELS 상품을 권유받은 F씨는 4000만원을 투자했고, 지난달 2140만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금감원 현장 검사 결과 G은행은 ELS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위험 일부를 누락했다(설명의무 위반). 이에 더해 투자권유 자료를 보관하지 않았고 적합성 원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내부통제 부실 소지도 발견됐다.

조정기준안에 따르면 G은행은 설명의무 위반에 따라 기본배상비율 20%를 적용받는다. 이에 내부통제 부실 사유로 10%포인트가 가중된다. 투자권유 자료 보관 의무 위반과 적합성 원칙(투자자 특성을 고려해 부적합한 투자권유를 금지하는 것) 소홀 등은 각 5%포인트씩 가중 요소로 작용한다.

판매자 요인에 따른 배상 비율이 40%로 결정된 상황에서, 이번에는 F씨 개인에 대한 고려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F씨는 가입 당시 47세로 고령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이에 따른 가산 요인은 없다. 다만 △원금보장상품에 가입할 목적으로 은행에 가입했다는 점(10%포인트) △그가 금융취약계층인 전업주부라는 점(5%포인트) △ELS에 처음으로 투자했다는 점(5%포인트) 등이 가산 요소로 작용해 총 20%포인트가 가산됐다.

반면 F씨는 별다른 차감 요인이 없다. 과거 ELS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도 없는 데다가 금융상품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가입 금액이 5000만원을 초과했다면 일부 차감됐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차감 규모는 0%포인트다.

결과적으로 조정기준안에 따르면 F씨는 판매자 요인 40%를 기반으로 가산 20%포인트, 차감 0%포인트를 적용받아 손실액 2140만원 중 총 60%에 해당하는 1284만원을 배상받을 수 있다.

◆실제 적용은 미지수…금감원 “사후 수습 노력 참작할 것”

금융당국이 심사숙고해 조정기준안을 마련한 만큼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금융사들이 불완전판매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조정기준안을 수용하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배상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금감원은 다음 달부터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금융사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사들이 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이와 같은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해서는 참작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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