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현금성 자본이 부족하고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기업 대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중소기업 대출인 동산담보대출은 지난해 소폭 증가하기는 했지만 전체 은행권 중소기업대출 규모 대비 1%에도 못 미치는 흐름을 이어갔다. 기술신용대출은 전년 대비 20조원가량 쪼그라들기도 했다. 은행권이 최근 리스크 확산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관리에 힘을 쏟는 상황 속에 담보가 불확실한 일부 중기대출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99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2020년 804조6000억원 △2021년 886조4000억원 △2022년 953조4000억원으로 그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대출이 절실한 일부 저예산·저신용 중소기업들에는 남의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2018년 5월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을 마련해 시장 확대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은행권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금융위는 동산금융 시장 규모를 2020년 말 3조원, 2022년 말 6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기술력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해주는 기술신용대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4조53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조4258억원 감소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기술신용대출 건수도 △3월 83만1425건 △6월 74만9679건 △9월 74만4670건 △11월 74만17건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금융권 일각에선 최근 부동산 등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하면서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를 위한 '보신주의' 노선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는 추세 속에 은행들이 담보가 확실한 대출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 확실하고, 자영업자대출은 건별 대출 규모가 작아 중소기업대출 대비 리스크가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산대출은 물건별 시세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가장 빠르게 반영되고, 신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상황 속에서 기술신용대출 역시 담보가치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