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작동 중인 크레인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3/13/20240313075452628505.jpg)
최근 몇 년간 원자재값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재건축 조합에서도 공사비 증액 카드를 꺼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3.3㎡당 공사비 1000만원을 제시해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되는 현장까지 생겨나는 상황이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6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면서 총 공시비 4295억원을 제시했다. 3.3㎡당 920만원 수준이다.
재건축조합들이 공사비를 증액하는 것은 건설사들이 수주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공사비를 낮게 책정하면 유찰 가능성이 높고 추후 시공사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곧 돈’이라는 정비사업에서 사업 지연은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조합도 눈높이를 맞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송파구 가락동 가락삼익맨숀도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 당시 조합 측이 3.3㎡당 810만원을 제시했으나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비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4.64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 이슈가 부각되는 것은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한계점을 지났기 때문"이라면서 "건설사들이 손해를 떠안고 적자 공사를 더는 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주택정비사업 수주를 꺼리고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주택 수주액도 감소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국내 건설수주 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주택(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54조4384억원으로 2022년(80조8133억원) 대비 33% 줄어들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조합들은 싸게 발주하려고 하고 건설사들은 비싸게 수주해 수익을 내려고 한다"며 "조합과 건설사가 제시하는 공사비 간극이 워낙 커서 합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조합이 공사비 증액에 나서고 있지만 건설사들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