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음료기업 눙푸산취안(農夫山泉·이하 눙푸)이 중국 극단적 애국주의 세력에 '친일 기업'으로 낙인 찍히며 표적이 돼 보이콧(불매 운동)에 맞닥뜨리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중국 내 극단적인 민족주의 정서가 기업 경영에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중국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최근 장쑤성 창저우시 세븐일레븐 편의점 매장 2곳에서는 '눙푸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1일 해당 편의점이 올린 공지에는 '우리 매장은 오늘부터 눙푸의 모든 제품 판매를 중단한다. 우리 매장은 세계 각국 제품을 팔지만 '일본에 아첨하는(媚日)' 중국 회사 제품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는 해당 편의점 직원 개인이 벌인 행동으로 전체 세븐일레븐 기업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제일재경일보는 덧붙였다.
눙푸에 대한 친일 논란은 눙푸 차 음료 제품마다 일본식 요소가 가득하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제품 포장에 그려진 '차(茶)' 글자 디자인이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연상케 한다거나, 포장에 그려 놓은 건축물이 일본 아사쿠사 센소지 오층탑과 비슷하다, 붉은 생수병 뚜껑은 일본 국기인 일장기를, 생수병 그림은 후지산을 상징하는 것 아니냐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것. 특히 '샤오펀훙(小粉紅)'이라 불리는 극단적 중국 애국주의자들이 눙푸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면서 보이콧이 확산됐다.
평소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중 회장이 직접 소셜미디어(SNS)에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 글까지 올렸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중 회장은 얼마 전 보이콧 논란 속에 그룹 계열사 2곳 회장직에서도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홍콩증권거래소에서 눙푸 주가는 지난 일주일 사이 10% 가까이 폭락하며 300억 홍콩달러(약 5조원)가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지난달 28일부터 눙푸 공식 매장 제품 판매량도 10분의 1 토막 났다고 중국 경제 전문매체 란징(藍鯨)이 보도했다.
중국 저장성 대표 기업인 눙푸는 중국 생수시장에서 5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최대 음료기업이다. 중 회장은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중국 100대 부자 순위에서 자산 601억 달러로 3년째 1위를 지켰다. 매년 납세액만 20억 위안 이상이며 2만개에 이르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등 중국 대표 민영기업 중 하나다.
극단적인 애국주의가 중국 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저우더원 저장성 원저우 중소기업협회 대표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애국을 앞세워 기업을 공격하는 게 가장 무섭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저장성 당선전부도 눙푸 보이콧이 확산된 5일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일부 블로거들이 '애국'을 내세워 사람들 이목을 끌고 트래픽을 끌어올리는 등 애국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은 "애국이란 명목으로 타인의 정상적인 행위를 악의적으로 정치화해 해석하고 '외국을 맹목적으로 숭상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기업들이 살얼음판을 걷게 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눙푸 보이콧 사태는 최근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과 외국 기업에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터져 주목받고 있다. 리창 중국 총리도 올해 정부업무보고에서 "시장지향적이고 합법적이며 국제화된 비즈니스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 모든 기업을 평등하게 대우하며 법에 따라 기업 재산권과 기업가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