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장용준 경희대학교 정경대학 무역학과 교수와 신상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과장이 발표한 'BOK경제연구 - 수출대상국의 TBT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해외 TBT건수가 전년 대비 1% 증가할 때 국내 수출기업이 0.2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BT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중·소 규모 기업은 수출기업의 수가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수출액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우리나라 수출은 대기업에 집중된 만큼 TBT 증가로 인한 추가 비용을 대기업은 흡수할 능력이 있어 수출액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령 한국산 제품이 KC(Korea Certificate) 인증을 받았더라도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CCC(China Compulsory Certificate)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험설비설치, 기술개발, 통관지연 등의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 중국 수출 업체는 이 비용까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데 중·소 기업인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연구의 내용이다.
특히 연구에서는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생산성과 시장경쟁력 강화를 통해 해외 TBT 무역장벽을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본축적,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이 TBT 증가에 대한 부정적 영향력을 적게 받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관련 산업군은 전기·전자·기계 제조업, 비금속광물·금속제품 제조업 등이 해당된다고 밝혔다.
신 과장은 "TBT는 2010년대 후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면서 "이는 전략 물자 및 핵심 기술의 유출을 막고 첨단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비관세조치를 전략적 도구로 활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TBT 현안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자적 차원에서 WTO에서의 소송 제기, 양자적 차원에서 상호인정협정(MRA)과 같은 직접적인 무역협상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수출 산업의 생산성과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해외 TBT 증가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2015∼2019년 기간 우리나라 제조업 내 7개 산업을 대상으로 산업 수준의 패널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다.
TBT 증가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내·외연적 한계로 구분했다. 내연적 한계는 기업당 수출금액을, 외연적 한계는 산업별 수출기업 수를 의미한다. 산업별 자본축적,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에 따라 TBT의 수출에 대한 영향력 차이 발생 여부에 대해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