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들은 자산관리(WM)를 중심으로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WM 부문 수익개선을 위해서는 고액자산가를 자사 고객으로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권사들의 본사는 을지로 또는 여의도에 위치했지만 고액자산가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주로 강남권에서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로 꼽히는 강남구는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고액자산가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거점도 대부분 강남권에 위치했다.
11일 강남권에 위치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국내 주요 3대 증권사 지점센터장들은 고액자산가 트렌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들은 고액자산가들이 AI와 미국채, 분산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놨다.
우선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반포WM의 이성우 센터장은 대치WM, 투자센터서초 센터장을 맡는 등 미래에셋증권 주력 센터를 이끌었고, 최근 래미안 원베일리 대형상가에 신설한 투자센터반포WM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센터장은 “서초·반포권역 특성상 법률·의료계 전문직 종사자가 많고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퇴직임원 거래가 활발하다”며 “100억원 이상 자산 고객부터 처음으로 거래를 시작하는 미성년 자녀까지 고객 연령층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 투자 트렌드에 대해 미국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도 미국 빅테크에 주목하고 있으며 금리하락에 대비한 미국채 투자기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우 센터장은 “최근 미국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데 경기침체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며 “상업용 부동산, 지역은행 등 뇌관도 많고, 경기가 둔화된다는 것은 미국 대표 지수들이 계속 오르기는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성장하지 못할 때 성장을 이어가는 소수 섹터에 수급이 몰리기 때문에 매그니피센트(Magnificent)7 또는 AI5 같은 미국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혁신성장 섹터는 견조할 것”이라며 “미국채를 단기채구너 위주로 투자해 안정감 있게 고금리를 향유하고, 금리 고점을 확인한 후 중장기 국채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혜정 한국투자증권 반포PB센터장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잠실 PB센터 팀장을 맡아오다 2022년부터 반포로 자리를 옮겼다. 반포PB센터장을 맡은 후 관리자산 ‘1조클럽’을 달성하는 등 성과를 거둔 전문가다.
이 센터장은 고액자산가 투자트렌드로 국채, 미국채, 저율과표채와 함께 AI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주식을 꼽았다.
그는 “포트폴리오 제안서는 일반적으로 30억원을 기준으로 100억원 이상 투자전략을 제공하고 있다”며 “고객 성향과 프라이빗뱅커(PB)가 시장을 보는 관점에 따라 미국채, 글로벌 주식운용 랩(Wrap), 비상장투자조합, IT 개별종목 등 다르게 운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성우 센터장과 이혜정 센터장은 주목할 만한 투자처로 글로벌 빅테크를, 투자유망지역으로 인도와 중국을 각각 추천했다.
이성우 센터장은 “새로운 성장엔진 AI를 통해 빅테크 기업들이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규모, 실적, 투명성, 주주친화적 기업문화 등 해외우량주식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투자 중심에는 늘 중국이 있었지만 포스트차이나로 인도가 주목받고 있다”며 “세계 최대 젊은 인구, 정보기술(IT), 교육인프라, 영어 사용 등을 무기로 여전히 7%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인도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이미 미국 기업 수준의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와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혜정 센터장은 “AI 혁신으로 파생되는 글로벌 빅테크가 부상하고 있고,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국내외 채권 및 비트코인 상승이 두드러진다”며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미국 외 신흥시장으로 다변화되는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이 예상되는 중국 증시도 서서히 관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일태 메리츠증권 도곡금융센터장은 운용사 펀드매니저 출신 증권사 PB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메리츠증권 도곡금융센터는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린스퀘어에 위치해있다. 타워팰리스 인근이어서 은퇴한 자산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은 “고액자산가일수록 투자금액이 크기 때문에 안전성을 선호한다”며 “투자트렌드는 테슬라,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직접투자, 채권투자 등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산이 클수록 위험분산이 필요하고, 국내, 해외, 채권, 운용사 상품 등으로 자산을 분산해 위험을 관리한다”며 “반대로 자산이 작을 경우 고객 운용목적에 맞춰 자산을 1~2개 카테고리에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투자처로는 중국, 홍콩을 비롯해 한국을 꼽았다.
김 센터장은 “역발상적인 투자전략으로 최근 3년간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중국, 홍콩증시를 주목한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를 해소하고 있는 국내증시도 좋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리 인하가 예정된 채권의 경우 10년에 한 번 오는 안전한 투자기회라고 생각해 고액자산가들에게 권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