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해야 해서 부동산에 갔더니 요즘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네요.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오는 5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직장인 최현서씨(30)는 이사를 앞두고 걱정부터 앞선다.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데다 봄 이사철을 맞아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3.3㎡(평)당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1년 전인 지난해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평당 691만6300원이었는데, 지난달에는 707만58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전용면적 40㎡ 미만의 소형 아파트의 전세평균가격은 3억8133만원으로 나타났고 중소형(전용면적 40㎡ 이상~62.81㎡ 미만) 아파트의 전세평균가격은 5억7834만원으로 집계됐다.
중형(전용면적 62.81㎡ 이상~95.86㎡ 미만) 아파트 전세평균가격은 7억3750만원, 중대형(전용면적 95.86㎡ 이상~135㎡ 미만) 아파트의 경우엔 8억608만원, 대형(전용면적 135㎡ 이상)은 13억4640만원이다.
한 달 전보다 매물 늘어난 동네는 어디?…1위 '종로구'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11일 기준 한 달 전보다 전세 매물이 가장 많이 증가한 서울 자치구는 '종로구'로 집계됐다. 2위는 강동구(20.3%) 3위는 도봉구(5.9%) 순이다. 한달 전과 비교했을 때 종로구는 전세매물이 149건에서 191건으로 늘었고, 강동구는 2132건에서 3566건으로 도봉구는 606건에서 642건으로 증가했다.
다만 종로구와 도봉구 등의 경우, 통계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심형석 美 IAU 교수는 "애초에 전세 매물 전체 물량이 적기 때문에 적은 수가 늘어나도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여 통계적 유의미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강동구는 최근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되면서 전세 매물이 급격하게 늘었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전세 매물은 한 달 전과 비교해 380건(165.9%)이 증가했다.
사회 초년생이 많이 찾는 저렴한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많이 몰려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매물은 적게 나오는 상황이다. 노원구의 경우 지난달보다 새로 등록된 전세 매물은 0건으로 나타났고 도봉구는 36건, 강북구는 3건이 증가했다.
신규 물량 많거나 입주 2년·4년차 아파트 전략적 선택
전문가들은 신규 입주하는 물량이 많은 동네를 찾거나 입주 혹은 준공된 지 2년이 된 단지를 전략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현행법에 따르면 갱신계약까지 포함해 전세 계약은 4년(2+2)간 가능하다. 이에 따라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준공돼 입주한 대단지의 경우 전세 계약 갱신을 앞두고 갱신을 하지 않는다면 전세 물량이 대거 등장할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신촌'은 지난 2020년 8월 입주를 시작한 1226가구의 대단지다. 이날 기준 아실에 등록된 전세 매물은 40건으로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8억2000만원 선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 14층이 지난달 7일 8억1000만원에 신규 전세 거래되기도 했다. 만약 입주 당시 전세 계약을 맺었다면 오는 8월 전세 계약이 끝나는 가구가 대거 등록될 수 있다.
3월 입주가 시작되는 신규 아파트 단지도 눈여겨보면 좋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서울 신규 입주 예정 아파트는 강동구 성내동 '힐스테이트천호역젠트리스(160가구)'와 상도동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771가구)', 서대문구 천연동 '반석블레스포레(29가구)' 등이다.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는 이날 기준 아실에 등록된 전세 매물은 545건, 힐스테이트천호역젠트리스는 71건 등이다. 다만, 프롭테크 등에 등록된 매물과 실제 매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이 나오거나 전세 계약 갱신이 필요한 세입자가 많은 단지는 그 시기에 전셋값이 조금 싸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