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원(세탁건조기) 제품이지만 단독 건조기의 성능을 100% 이상 구현해 낸 완벽한 제품이라고 자부한다. 세탁 후 빨래를 건조기로 옮겨야 하는 '페인 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개선에 그치는 데 만족했다면 개발기간이 3년이나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기존 세탁기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은 획기적인 가전이 될 것이다."
이무형 삼성전자 DA사업부 CX팀장(부사장)은 11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신제품 '비스포크 AI 콤보' 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비스포크 AI콤보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24일 출시한 올인원 세탁건조기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의 기계에 구현한 제품으로 론칭 사흘 만에 1000대, 현재 누적 판매량이 3000대를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 용량 25kg, 건조 용량 15kg으로, 일체형 제품 중 국내 최대 용량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15kg의 대용량 건조를 구현하기 위해 25kg 드럼세탁기와 동일한 크기의 드럼을 적용하고, 21kg 건조기와 동일한 크기의 대용량 열교환기를 적용했다. 셔츠 17장에 해당하는 분량(3kg)은 세탁과 건조가 99분 만에 가능하다.
이 부사장은 "건조 용량 15kg은 킹사이즈의 침구를 한 번에 세탁하고 건조할 수 있는 크기"라며 "부피가 큰 이불도 문제없도록 일체형 세탁건조기 기준 최대 수준의 히트펌프 기술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설계 공간이 기존 제품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사 측은 하드웨어 혁신을 위해 기존 건조기 아래쪽에 있던 히트펌프(컴프레서+열교환기)를 상단에 배치하고, 기존 상단에 있던 세제 자동투입 장치는 하단으로 재배치하는 등 설계부터 부품 배치까지 기존 구조를 완전히 뒤집었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순환을 통해 공기의 온도·습도를 변화시켜 옷감의 수분을 날리는 방식이다. 건조한 공기가 드럼 안을 순환하며 빨래를 말리고, 빨래를 거친 습한 공기는 열교환기를 거치며 제습이 이뤄진다. 대용량 열교환기를 적용해 순환하는 공기의 접촉 면적을 월등히 넓혀 빨래를 빨리 마를 수 있게 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기존 드럼 세탁기, 건조기보다 훨씬 많은 부품을 집약해야 한다는 악조건에서, 특허기술인 터브 일체형 유로(공기 순환) 구조를 개발해 콤보 제품이 가지는 구조적 제약을 극복했다. 이러한 하드웨어 혁신을 대용량 건조 성능으로 연결하기 위해 건조 알고리즘 또한 완전히 새롭게 개발했다.
건조기의 가장 큰 단점은 열풍 온도가 높아 옷감이 수축된다는 점이다. 이 제품은 온도가 60도를 넘지 않도록 제어해 옷감 수축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최소화했다. 또 제품 내부에 직수로 연결돼 강한 물살로 열교환기를 세척하는 '직수 파워 오토 클린' 기능을 적용해 필터 청소에 대한 우려를 해결했다.
이 제품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으로, 세탁물 1kg당 세탁 시 소비전력량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40% 낮다. 스마트싱스를 통해 AI 절약 모드를 설정하면 세탁 시 최대 60%, 건조 시 최대 30%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세탁건조기 최초로 대형 디스플레이와 기존 가전제품에서 사용하지 않던 고성능 칩이 탑재됐다. 이는 세탁실 안에서 냉장고, TV, 인터폰 등 다양한 가전을 제어할 수 있고, 갤럭시 S24 등 AI 스마트폰과의 연동도 가능하게 한다.
이 부사장은 "탑재된 AI기능을 통해 세탁기가 사용자의 세탁 패턴을 스스로 학습, 빨래를 자주 하는 분들, 세제를 많이 쓰는 분들, 옷감의 종류 등을 익힌 뒤 알아서 세탁코스와 에너지 절약을 조절해준다"면서 "사용할수록 AI모드가 고도화되기 때문에 실사용 측면에서는 기존 세탁기와 비교할 수 없는 베네핏(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AI기능은 세탁실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가사노동을 하면서 전화, TV컨트롤, 손님 방문 여부 등 집안 전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진화할 것"이라면서 "일각에서는 세탁기에 '오버스펙'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스크린 에브리웨어'라는 삼성 전략의 시작점이자 '삼성=AI가전' 개념을 공식화할 제품인 만큼 지속적으로 사용성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주요 고객층을 1인 가구·신혼부부 등으로 보고 있다. 이 부사장은 "세탁시장은 결혼수요와 가전 교체 주기에 따라 매년 세탁기 100만대, 건조기 83만대 정도의 수요가 있다"면서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는 가구는 전체의 약 3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규 수요가 70% 정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1인가구, 신혼부부 대부분이 세탁 가전을 2개 이상 놓는 것에 대한 물리적 부담감이 높은 데 이 제품은 건조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매년 20~3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