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덤핑관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방역 완화와 해외여행 장려책으로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덤핑관광이 유커 귀환의 발목을 잡을까 우려된다.
최근 중국 온라인상에는 한국으로 단체 여행을 떠난 중국 70대 노인 40명이 강매를 당한 사연이 공유됐다. 저장성 출신이라는 A씨는 어머니와 친구분들이 한국 여행지와 먹거리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한국에 갔는데, 여행 4일째에 갑자기 일정이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노인들이 화장품 가게에서도 구매 의사를 보이지 않자 가이드와 운전기사는 버스 문을 걸어 잠그고 노인들을 거리에 방치해 둔 채 2시간여 동안 자리를 비웠고, 노인들은 점심도 굶은 채 추운 거리에서 한없이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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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가이드는 쇼핑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1인당 400위안(약 7만3000원)의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중국이 지난해 8월 한국행 단체관광 빗장을 푼 이후 유커가 회복세를 보이자, 이들을 노린 덤핑관광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덤핑관광은 여행사가 정상가격 이하로 관광객을 유치한 후 쇼핑센터 방문 위주로 일정을 바꿔 쇼핑 수수료 등으로 여행사의 손실을 충당하는 저가·저품질의 상품이다.
지난 3일 서울시가 공개한 실태조사에서도 중국 4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서울여행상품 3097개 중 85개(낮은 가격순으로 100개 선별 조사)가 덤핑관광상품으로 의심됐다.
주한 중국 대사관 역시 지난 8일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한국행 자국 단체관광객에게 강매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주한 중국 대사관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일부 중국 단체관광객이 여행 중 관광 가이드 등에 구매를 강요당한 사례가 보고됐다"며 "일부 관광객은 강매에 응하지 않아 여행 일정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여행을 계획 중인 단체관광객들은 여행사와 여행상품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강매 등이 의심되는 저가 관광을 주의해야 한다"며 중국 문화관광부와 한국 정부가 지정한 여행사 명단을 참고할 것을 당부했다.
덤핑관광이 기승을 부리게 되면 서울관광 이미지 실추는 물론, 안 그래도 더딘 유커 회복세에 찬물을 뿌릴 수 있어 우려된다.
중국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관광업 종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여행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면서 “여행객도 이성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