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찾은 서울의 한 공유숙박시설. 호텔보다 저렴하고 넓은 데다가 취사도 가능하고 게임기와 빔 프로젝터까지 구비돼 있기에 바로 예약했다가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게 돼 결국 취소했다.
현행법상 내국인은 서울과 부산에서 공유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공유숙박은 관광진흥법상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을 해야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즉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운영 가능하다는 뜻이다. 내국인은 농어촌 지역에서의 민박과 한옥 체험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국내 공유숙박시설의 90%는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버젓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내국인이 이용한다고 해도 어떠한 제재조차 없다. 이를 일일이 단속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가 나섰다. 최근 불법 사업자를 양산하고 있는 공유숙박 제도에 칼을 대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일 장관 주재 규제혁신 추진회의를 열고 '내국인 도시민박 제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외래 관광객 2000만명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부족한 숙박시설이 문제로 꼽히는 것도 선포의 이유가 됐다. '과감한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관광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공유숙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규제 완화를 통해 내국인도 공유숙박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규제혁신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영업일 180일 제한 △집주인 실거주 의무 △오피스텔 운영 제한 등 현재 공유숙박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정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학교가 최근 관광 분야 전문가 3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공유숙박제도 내 실거주 의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제한하는 건축물 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답변도 66%로 과반수를 넘어섰다.
해외는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의 공유숙박 이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공유숙박은 호텔에서 느끼지 못하는 현지에서의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콘셉트와 위치, 가격 면에서 선택지가 다양하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현행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 가지고 있는 실거주 의무 등과 같은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 완화를 공유숙박제도 도입 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공유숙박업 규제 완화 후 활성화로 인한 위험성도 존재한다. 기존 숙박업체의 반발과 주거난 사태로 불거질 수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좀 더 촘촘한 완화책 제시가 필요하다. 현 시대를 반영한 올바른 법안만이 국내 관광산업의 혁신과 안전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