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2024년 식품업계를 사로잡을 '건강한'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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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현 서정대 교수
유진현 서정대 교수


기후 위기가 가시화된 시점으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 지속가능성은 환경과 미래를 포함하는 핵심 키워드로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많은 이가 지속가능성을 기후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만 생각하지만, 필자는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삶의 방식으로 제시되는 키워드로 범위를 넓혀서 생각한다.

식품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환경과 기후 위기 같은 인류 공통의 과제일 뿐 아니라 개인 건강과 라이프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치는 '건강한' 지속가능성 트렌드는 식품업계에도 큰 영향을 줬다.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건강한 지속가능성은 올해도 업계를 지배할 핵심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건강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 전 세대의 관심사로 자리 잡은 가운데 식품 첨가물 등 구성요소를 따지기 시작했다. 같은 음식이더라도 더 좋은 성분과 재료의 제품을 택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구매하고자 하는 식품이 어떤 첨가물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할 때 당연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됐다.

대표적인 예로는 지난 2~3년간 식품업계를 휩쓸었던 '제로' 열풍을 꼽을 수 있다. 작년 하반기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의 56%가 건강을 위해 설탕 섭취를 줄일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46%의 응답자는 식품 구매 시 무가당을 중요한 요소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제로 칼로리'를 표방하는 제품들은 아스파탐·에리리톨·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 등 대체감미료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무가당처럼 단순히 한 성분을 제외하는 것이 아닌 어떤 첨가물이 들어있는지 따져보는 소비 행태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을 계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21년 아일랜드 식품회사인 케리그룹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의 60%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존제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가공을 최소화한 식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즉 더 '건강한'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기 '제로 탄산음료' 제품군에서 첨가하는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고, 12월 보건복지부는 소시지·햄 등의 육가공품에 흔히 사용되는 식품첨가물 아질산나트륨을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했다. 아질산나트륨이 포함된 가공육은 이미 2015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 바 있다.

건강과 식품 구성 요소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 증대에 힘입어 대안식품 시장은 올해도 큰 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도 식물성 대안식품은 자신의 소비에 사회 의식을 반영하는 '컨셔슈머(Conscious+Consumer)'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실제로 국내 식품기업들이 앞다투어 기존 시장에 있던 제품들과 다른 건강한 대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과 접점이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건강한 대안식'의 다변화에 따라 대안식품이 식음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풀무원은 지난해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런천미트 'LIKE(라이크)런천미트'를 출시했다. 이어 동원F&B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0%인 식물성 캔햄 '마이플랜트 오리지널'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 라인업을 지속해서 늘리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사업·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식물성 대안식품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신세계푸드는 식물성 캔햄인 '베러미트'를 이마트에서 판매하며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하지 않은 건강한 제품이라는 점을 알렸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식물성 대안식 매장 '유아왓유잇'을 운영하며 아질산나트륨과 콜레스테롤, 동물성 지방이 없는 식물성 대안식품의 장점도 홍보하고 있다.

이처럼 성분 하나하나 꼼꼼히 신경 쓰는 건강한 지속가능성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식품업계의 '대안' 바람은 올해에도 거세게 불어 다양한 신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은 식품업계가 지구 건강만이 아닌, 나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뜻깊은 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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