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메모리(HBM) 반도체 생산을 위해 일본 낸드플래시 반도체업체 키옥시아에 협력을 제안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지난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달 29일, 생성형 AI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HBM 반도체 생산에 있어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력 방안을 키옥시아에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이와테현 기타카미시, 미에현 요카이치시에 있는 키옥시아의 기존 공장을 활용해 HBM 반도체 생산을 빨리 늘리려는 계획이라고 지지통신은 보도했다. 현재 해당 공장들은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만 생산하고 있다.
HBM은 기존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 올린 반도체로 가속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AI 서버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주요 AI 반도체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와 같은 보도에 대해 "AI 서버에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D램의 일종인 HBM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고 있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짚었다. 트렌드포스 자료에 따르면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46~49%의 점유율로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이 약 3~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와중에 마이크론은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차세대 HBM 반도체인 HBM3E 반도체 양산을 SK하이닉스, 삼성보다도 빨리 개시했다고 밝혀 HBM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진 상태이다.
한편 이와 같은 협력 논의는 키옥시아와 WD 간 반도체 사업부 합병과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옥시아는 작년부터 WD와 반도체 사업부 합병을 추진했지만, 베인캐피털 주도의 컨소시엄을 통해 키옥시아에 간접 지분을 가지고 있는 SK하이닉스의 반대로 작년 10월 합병이 무산됐다.
지난 달 아사히 등 일부 일본 언론은 키옥시아와 WD이 반도체 사업부 합병 협상을 올 4월 재개한다고 보도하면서,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SK하이닉스에 해당 합병안을 지지하도록 압박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정부의 압박이나 설득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잘못된 내용으로 국내서 인용 보도가 이어지고 있기에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