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공약을 검토하고 있다. 과세를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고, 과세 도입 시기를 2년 더 미룬 뒤, 차기 국회에서 시스템 마련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앞서 총선 공약을 발표한 민주당에서는 내년 과세를 시작하되, 공제 한도를 주식과 같은 5000만원으로 상향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세웠던 과세 기준 상향 공약과 다르지 않다.
가상자산은 내년 1월 1일부터 양도·대여할 때 발생하는 소득 중 25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20%의 소득세가 부과된다. 당초 2022년 1월부터 과세를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원천징수 인프라 미비 △제도 정비 등의 이유로 연기된 바 있다.
민주당에서는 현물 ETF를 열어주겠다는 공약도 함께 내놨다. 미국 내 비트코인 ETF 투자는 지난 1월부터 열렸지만, 국내는 자본시장법상 막혀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선 ETF에 대한 정책 기조가 아직 잡히지 않았을 뿐, 법 저촉 문제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는 태도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나온 정치권의 장밋빛 공약을 두고 일각에서는 표심을 과도하게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지난해 말 가상자산 회계처리 지침을 확정한 것은 물론, 오는 7월 투자자 보호·불공정거래 행위 규제를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기존 방침을 바꾸는 것은 시장 안정에 오히려 해가 된다. 더욱이 여야 모두 과거 발표했던 정책과 큰 차이가 없어 선거철마다 내놓는 '재방송'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많다.
전문가들은 과세 연기나 공제 한도 확대 보다도 소비자보호 체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시장이 우선돼야 한다"며 "소비자보호 틀은 물론, 산업 인프라를 세우는 것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