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보조금 vs 트럼프 철폐...국내 전자·모빌리티 득실 '널뛰기'

2024-03-05 05:00
  • 글자크기 설정

동맹국 '프렌드쇼어링' 바이든

극단적 '자국 보호주의' 트럼프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양당의 유력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확정돼 가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칩스법) 등 보조금 정책을 유지하면서 동맹국과의 '프렌드쇼어링'을 강화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반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조금 정책 철폐와 함께 더욱 강도 높은 자국 보호주의를 내세우면서다. 

특히 미국 시장에 활발히 진출해 있는 국내 전자·완성차 기업들은 바이든 vs 트럼프 결과에 따라 이해득실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 바이든...전자업계는 수혜, 자동차는 미지수
 
4일 미국 정치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통상정책의 핵심으로 IRA, 칩스법 등 친환경·보조금 정책을 강화하면서 수혜 기업들이 중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동맹국과의 프렌드쇼어링을 통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우호국이나 동맹국들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에서 한국의 지위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대한 우리 기업의 혜택이 대선 승리 이후에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9일 칩스법 첫 지원을 시작했다. 현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5억 달러(약 2조4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를 시작으로 인텔, IBM 등에 대한 보조금 지원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반도체 기업은 미국이 대선국면에 돌입하자 민주당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데 바이든 정부가 칩스법을 통한 보조금 지원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호국과의 프렌드쇼어링 강화를 강조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보조금 지원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칩스법 대응을 위해 각각 22조8000억원과 1조3000억원을 현지에 투입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분기당 약 2500억원의 지원금을 받기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 기업에도 바이든의 중임은 호재다. 현지 공장설립과 중국산 부품 대체에 수조원을 투입한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보조금 정책이 연간 약 1조원의 추가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이 썩 달가운 뉴스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완성차 업계의 지지도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해 낮은 바이든 정부가 현지 완성차 기업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지나친 외국산 배제 정책을 펼친다는 평을 받으면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IRA 대응을 위해 13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조금 지원 모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발표된 19개 보조금 지원 전기차 모델 중 14개가 테슬라, 리비안, 포드 등 현지 기업의 모델로 발표되면서 IRA가 사실상 미국 완성차 회사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트럼프...현대차그룹 긍정적 전망, 전자업계는 초토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과 정반대의 상황이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상정책 중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은 IRA, 칩스법으로 대표되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철폐다. 
 
이 같은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약 47조원에 달하는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금이 무용지물이 된다.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미국 현지 공장을 건설한 배터리 업계의 경우는 단숨에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는 위기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사라지는 만큼 기업가치도 막대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對)중국 견제는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인데 이를 위해 언급되는 것이 무역법 301조다. 해당 법은 특정 수입품목이 미국 무역을 저해하거나 국가 내 공정거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 권한으로 반덤핑 관세 부과 등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자신의 참모들과 개최한 비공개회의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균일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 이상의 제재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또 중국산 외에도 자국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수입산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대표적인 대상이 국내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프리미엄 가전제품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트럼프 정부는 지난 2017년 값싼 중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제품에도 최대 50%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반도체 산업 역시 무사하긴 힘들어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민주당의 지지기업인 인텔과 IBM 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강도 높은 반도체 무역장벽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호재가 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완성차 기업의 지지를 얻으면서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관련 규제를 철폐한다는 입장인데,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 역시 현지 전기차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조지아 공장에 위치한 것도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된다. 미국 폭스뉴스가 지난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응답자 51%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한 43%와 비교해 8%p(포인트) 높은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에서 노동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등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지역지지를 얻는 기업인 만큼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회사가 정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기존에 해왔던 산업정책이 유지가 되면서 IRA나 칩스법 등을 염두에 두고 미국에 투자한 기업들의 혜택은 계속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의 경우는 의회의 설득 여부를 지켜봐야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4년을 완전히 갈아엎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