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매직’이 다시 한번 통하며 유통업계에 새 역사를 썼다.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이끄는 쿠팡이 고물가 속에서도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사상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지속되는 적자를 감수하며 공격적으로 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이어온 김 의장의 ‘계획된 적자’ 전략이 결국 빛을 봤다는 평가다. 이제 쿠팡의 영향력은 이커머스를 넘어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을 위협할 수준까지 커졌다.
쿠팡 창업자이기도 한 김 의장은 쿠팡 설립 초기부터 ‘고객감동’을 핵심 가치로 삼고 철저히 사용자 편의에 집중했다. 이커머스의 핵심 전략인 온라인 최저가는 물론 느리고 불편한 배송 서비스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꾀했다.
이미 탄탄한 전국망을 갖춘 택배회사 이용을 거부하고, 자체적인 물류망을 구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의장은 자체 물류센터를 세운 뒤 정규직 배송직원을 채용했다. 주문 상품을 24시간 내 문 앞까지 배송해 주는 데서 나아가 배송 완료 시간을 오전 7시로 앞당기기도 했다. 매월 2900원(현재 4990원)만 내면 무료 배송, 무료 반품, 30일 이내 환불이라는 파격적인 소비자 혜택도 제시했다.
쿠팡은 배송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사업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하게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다.
2019년 5월 선보인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는 초기 가입자 유도를 위해 최소 주문 금액이 없고 배달료 무료와 30분 이내 로켓 배달을 내세워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기존 배달 사업자들이 진출하지 않은 고급 요리 전문점이나 맛집과 연계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 가입자 수를 늘려나갔다.
2021년 1월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출시했다. ‘SNL코리아’ ‘토트넘 홋스퍼 FC 중계’ ‘내셔널 풋볼 리그 중계’ 등 특정 시청자들을 공략한 콘텐츠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와우 멤버십 가입자들에게는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과감한 투자는 10여 년간 누적 6조원 적자로 이어졌다. 특히 5000억원대에 머무르던 적자 규모가 처음 1조원을 넘긴 2018년 실적 발표 당시에는 업계에 쿠팡 존폐를 우려하는 시선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김 의장은 이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3년 동안 기존 유통업체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해 걸어갔다. 결국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이른바 ‘쿠세권’(쿠팡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넓혀가며 사회적 효용성과 함께 이익을 늘려나갔다.
특히 김 의장은 2021년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이라는 꿈을 마침내 이뤄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쿠팡의 기업가치는 100조원대까지 치솟았다. 창사 이래 탈출구가 없어 보이던 적자 문제도 해결했다. 상장 이듬해인 2022년 3분기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한 이후 6개 분기 연속 흑자라는 역사를 새로 썼다.
김 의장은 “쿠팡은 설립 초기부터 근본적으로 ‘새로운 역량’을 만드는 이니셔티브에 도전해왔고, 새로운 역량이 바로 로켓배송이었다”며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트레이드오프(양자택일)하는 구조를 깨고 고객 와우 경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