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기자의 부자보고서] 현금 6억 있어야 차익 6억 챙긴다···분양 침체기에 '강남 로또 청약'만 인기

2024-02-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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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장치로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가 도리어 부자들의 '로또 청약'을 위한 배경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간에 수억원을 마련할 수 있는 현금 부자만 로또 청약을 통해 많게는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일부 지역의 분양가 관리를 위해 상한제가 필요하다는 당위성도 뚜렷하지만, 부자들에게 부동산 투기에 나서도록 자극하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진행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면적 34㎡(3층), 59㎡(4층), 132㎡(2층) 등 3가구에 대한 무순위 접수 결과 총 101만3456명이 청약했다. 주택형별로는 전용 34㎡ 17만2474명, 59㎡ 50만3374명, 132㎡ 33만7608명으로 집계돼 59㎡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이는 지난해 6월 공급된 서울 동작구 '흑석 자이' 무순위 2가구에 총 93만4728명이 몰렸던 최대 청약자 기록을 경신한 수준이다. 다만 전용 59㎡ 1가구에 82만9804명이 청약했던 주택형 최고 청약자 기록은 경신되지 않았다.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단지는 지난 2020년 분양한 총 670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지난해 12월부터 입주 중인데, 계약 포기 물량 3가구가 이번 분양에 나온 것이다. 분양가는 전용 34㎡ 6억5600만원, 전용 59㎡ 12억9000만원, 전용 132㎡ 21억9200만원 등 4년 전 가격과 동일하다.

이에 따라 당첨만 되면 최소 수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무순위 청약이라 거주지·주택 소유 여부 등과 관계 없이 성인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어, '로또' 당첨을 꿈꾸는 역대급 청약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다만 이번 무순위 청약은 이달 29일 당첨자 발표 이후 8일 만에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다시 3개월 안에 잔금(분양가의 90%) 전액을 내는 조건이어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지 못한 수분양자는 분양권을 전매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첨자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할 여력이 충분한 ‘현금 부자’가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도 로또 청약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35층, 3307가구로 지어진다. 이 중 162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배정됐다.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이 각각 81가구다. 입주는 내년 6월로 예정돼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3.3㎡당 분양가가 6705만원으로 책정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공급 금액은 전용 43㎡ 10억6300만~12억4300만원, 전용 49㎡ 13억3700만~15억3000만원, 전용 59㎡가 17억3300만~17억42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인근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의 지난달 거래가격(23억5000만원)을 고려하면 전용 59㎡ 기준으로 단순 시세차익이 6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역시 예비 청약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 결과 지난 6일 진행된 81가구 일반공급 1순위 청약에서는 3만5828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442.3대1을 기록했다. 하루 앞서 진행된 81가구 특별공급에서는 1만18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일각에서는 메이플자이의 소형 분양가가 12억~17억원으로 높게 형성된 탓에 특별공급이 '금수저 특공'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신혼부부 등 무주택 청년층에게 특공 청약 자격이 주어지지만 보통의 청년층은 감당하기 어려운 분양가인 탓에 부모의 재력을 등에 업은 금수저라야 청약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다.

당장 계약금만 하더라도 분양가의 20%로 2억~5억원가량이 필요한 데다, 서울 서초구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탓에 담보 대출 등을 받기도 어려운 탓이다. 결국 대규모 현금을 보유한 부자만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소수의 로또 청약은 전체 시장을 흔드는 규모로 파악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97.3대1에 달했다. 이는 메이플자이 1순위 청약이 평균 442대1의 경쟁률로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메이플자이 등 몇몇 인기 단지를 제외하면 분양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서울이 분양 단지가 적어 일부 인기 매물로 시장이 활성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살펴보면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로또 청약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기도는 올해 청약경쟁률 1.6대1로 집계됐다. 광주광역시는 1.3대1, 부산광역시도 0.3대1, 대구광역시도 0.03대1로 나타났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가운데 서울은 입지가 좋으면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고 있지만 이외 지역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윤동 기자
메이플자이 견본주택 오픈 첫날인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이 갤러리 입구 바깥에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윤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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