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조(兆) 단위 기업공개(IPO) 대어’ 기업 에이피알이 시장 기대와 달리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달성에 실패했다. 가격 급등주로 분류할 수 있었지만 '폭등'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이피알은 공모가(25만원) 대비 6만7500원(27%) 오른 31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78.2% 뛴 44만5500원으로 형성됐다. 장중 최고가는 87% 급등한 46만7500원으로 상승률 100%에 미달했다. 공모가 4배 달성 시 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주식을 지칭하는 ‘황제주’가 될 수 있었지만 2배에도 못 미친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풀리는 주식 수가 전체 예정 물량 중 36.85%로 많은 편해 속해 하방 압력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상장 당일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져 그만큼 주가가 떨어지기 쉽다는 의미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피알은 올해도 양호한 매출 흐름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상장 당일 유통 물량과 보호예수가 풀리는 물량을 고려했을 때 상장 후 단기 주가 변동성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이피알 청약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1~3개월 이내에 차익을 실현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이피알 의무보유 확약(국내외 합산) 비율은 신청 수량 기준 약 29%로 집계되는데, 이 중 3개월 비중이 11%대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한 달(10%) 순이었다.
한 기관투자자는 “투자는 기업을 보기보다는 미래 가치를 보고 해야 하는데, 최근 기업 가치는 하루에도 몇 배를 왔다 갔다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 투자는 의미가 없다. 지난해 상장된 기업 10개 중 9 곳은 모두 적자전환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 보유로 수익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도 배정 비율이 낮아 장기 투자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공모 청약은 기업 가치를 보고 들어가지는 않는다. 단기간에 매도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정작 앞서 청약에 실패했던 개인투자자들은 하락세를 이용해 매수에 나섰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25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동시에 1조1320억원어치를 매도하는 등 이날 일일 거래량은 400만주, 거래대금은 1조5840억원을 기록했다.
에이피알은 상장 전 흥행 기대가 큰 공모주였다. 지난번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 663대 1을 기록했으며 공모가는 희망밴드(14만7000~20만원) 최상단보다 25% 높은 25만원으로 확정됐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도 증거금이 약 14조원이나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1113대 1로 균등배정 확률이 6%에 그치면서 이른바 '빈속 청약자'가 속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