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이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분구 예정인 순천시 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26일 소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호남권에서 민주당 예비후보의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은 처음이다.
순천은 21대 총선에서 기존 순천 구도심이 순천광양구례곡성 갑 지역으로, 인구 유입이 많은 해룡면 신대지구만 더해 순천광양구례곡성 을지역으로 나눠 갑은 민주당 소병철 전 검사장이, 을은 민주당 서동용 변호사가 당선됐다.
당시 선거구가 기형적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4년 동안 지속된 끝에 22대 총선에서는 인구 28만명의 순천을 두 개로 나뉘는 선거구획정안이 국회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병철 의원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은 지역사회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오던 출마자들에게는 기회가 되겠지만, 지지층이 흩어져 다시 모이는 이합집산의 현상이 불을 보듯 뻔하다.
우선 구도심 중심의 순천 갑의 경우 김문수 전 서울시의원, 서갑원 전 의원, 손훈모 변호사, 신성식 전 검사장이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3인 경선, 다인 경선이 예상된다.
경선 주자들은 소병철 의원 지지자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지, 쏠림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소 의원이 선거 끝까지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속내를 내비칠 경우가 주목된다.
일부 후보의 순천 을 선거구 변경 시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는다. 이 경우 해룡, 연향, 조례 등 신도심의 순천 을은 광양 옥곡 출신의 정한중 교수가 전략 공천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 만만치 않은 선거전을 치러야 한다.
소병철 의원과 손훈모 변호사는 최근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노관규 순천시장을 경찰 고발한 바 있다.
노 시장도 기자회견을 열어 강력히 반박하면서 이들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소 의원의 불출마 후 손 변호사를 지원할 경우도 가능하나, 시 행정과 정치의 합일점이 더 멀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소 의원 지지 정치인 일부는 불출마 선언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도,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새 둥지 찾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지역 정치권은 순천 갑을 선거구 획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현행대로 선거 판세가 유지될 경우도 고려돼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해법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에 소 의원은 불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한 사람의 힘으로는 개혁을 이룰 수 없고 혼탁한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절절히 느낀 4년여의 시간이었다"며 "고심 끝에 저 한 사람이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광야에서 외치는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소 의원은 이어 "순천시민께 제가 약속했던 선거구 분구도 임박해 홀가분한 마음"이라며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의 소임은 완수했다고 자부한다. 투표에 참여해서 주권자의 무서움을 보여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