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년에 걸친 '큰 그림'을 완성했다.
최 부총리는 26일 우리나라 증시가 저평가되는 현상(코리아 디스카운트)을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주주가치 제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수요 기반 확충 등 세 가지 축으로 정책 대응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금융위원회 주도로 발표됐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아 경제정책 수립에 관여해 온 최 부총리가 깊게 연관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최 부총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에 임명되며 앞서 경제 사령탑을 맡았던 추경호 전 부총리와 호흡을 맞춰 왔다. 과거 2005년 한덕수 국무총리가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지내던 당시에도 최 부총리는 증권제도과장, 추 전 부총리는 금융정책과장으로 동고동락한 경험이 있다.
최 부총리는 기재부 내에서는 드물게 금융정책과장(재경부)과 경제정책국장(기재부)을 모두 섭렵한 엘리트 관료다. 그중에서도 증권제도과장만 3년 3개월간 수행하며 '최장수 과장' 타이틀을 달았다. 그는 자통법 내 450개에 이르는 조문을 하나하나 손질하며 법 제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증권업, 자산운용업, 선물업, 종금업, 신탁업 등 5개 자본시장 관련 업종에 대해 겸영을 허용하는 자통법이 본격 시행된 덕에 국내 투자은행(IB)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조 원대 대형 프로젝트에도 뛰어들 정도로 역량을 갖출 수 있었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을 향한 자본시장 내 주체들의 기대는 그 이상이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해 기준 주요국 13위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대내외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인도 같은 신흥국보다도 한국이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려 왔다.
최 부총리는 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끌어올려 주주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을 앞세워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환골탈태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를 위해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 제시, 우수 기업에 대한 모범 납세자 선정, 세정 지원, 밸류업 지수 편입 우대 등 화끈한 인센티브를 내놓을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밸류업 지원 방안은 이번 발표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첫 단추에 불과하다"는 점을 재차 언급하며 "상반기 중 추가 세미나 등을 거쳐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세제 지원 방안도 준비되는 것부터 발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