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SDI가 베트남 전기오토바이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베트남 현지 첫 파트너로 전기 오토바이 업체 셀렉스모터스를 낙점하면서다. 양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응우옌흐우프억응우옌(Nguyen Huu Phuoc Nguyen) 셀렉스모터스 대표와 이준서 삼성SDI 동남아시아 영업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SDI는 셀렉스모터스에 전기오토바이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셀렉스모터스는 삼성SDI에서 공급받은 배터리셀을 팩으로 조립해 내수시장과 동남아 시장 파트너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SDI가 현지에서 휴대폰이 아닌 모빌리티(이동수단) 제품에 배터리 셀을 납품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베트남 공장 조립라인에서 휴대폰 배터리팩을 만들어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에 납품하고 있다.
또한 양사는 셀렉스모터스 주력 부문 중 하나인 배터리 교환망 구축사업이 베트남과 동남아에 공유에너지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발전시킨다는 데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셀렉스모터스는 동남아시아 전역에 50개 넘는 배터리 교환소를 운영하고 있어 삼성SDI가 국내에서 추진 중인 이륜차 배터리 교환 사업을 해외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베트남 사업에 나선 건 삼성SDI뿐만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실무진을 중심으로 베트남 현장 답사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지난 22일 한·베트남 경제협력 산업단지인 흥옌성 클린산업단지(클린산단)를 찾아 현지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클린산단 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제1 무역항인 하이퐁을 잇는 4번 고속도로 옌미IC 인근에 위치해 있다. 하노이, 하이퐁 항구와도 가깝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산단에 입주하게 되면 회사 단독으로 베트남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현지 업체를 끼고 베트남 진입에 나선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9년 베트남의 현대자동차로 불리는 빈패스트와 배터리팩 제조 법인을 세우면서다. 합작사에서 생산하는 배터리팩을 빈패스트 전기 스쿠터 등에 탑재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합작사 지분(35%)을 청산했지만 빈패스트와 협력은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다른 업체와 협업하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지난달 10일 셀렉스모터스 측과 만나 협업 기회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업이 현지 진출을 다각도로 준비하는 배경에는 베트남이 새로운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점이 작용했다. 베트남은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전기차 판매량이 167대에 불과한 전기차 불모지였다. 그러다 빈패스트, TMT모터스 등 베트남 국적 전기차 생산 업체들이 생겨나며 시장이 커졌고, 배터리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BMI리서치에 따르면 2023~2032년 베트남 전기차 판매량이 연평균 25.8% 성장률을 거듭하며 2032년 약 6만5000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2022년 2.9% 수준에서 2030년에는 13.6%로 대폭 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 중국 등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서면서 베트남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