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는 지난달 열린 미국 CES 전시회에서 자취를 감췄던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자체 개발한 최신 스마트폰과 이동통신 기술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25일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올해 MWC 주제는 △5G를 넘어서(5G and Beyond) △모든 것을 연결(Connecting Everything) △AI의 인간화(Humanising AI)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Manufacturing DX) △게임체인저(Game Changers) △디지털 DNA(Our Digital DNA) 등 여섯 가지다. AI를 축으로 5·6세대 이동통신(5G·6G), 클라우드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존재감 발휘하는 중국···신제품·신기술 쏟아낸다
올해 MWC에서는 중국의 존재감은 여전할 전망이다. 이번에 참가하는 중국 업체는 288개로 스페인·미국·영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한 후 CES에 불참하는 대신 MWC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매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에서 삼성전자·LG전자와 신제품 경쟁을 해오던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간판 IT 기업들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2021년부터는 CES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이런 기조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중국 빅테크들은 지난달 열린 CES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화웨이는 올해 5G보다 10배 빠른 5.5G 기술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에 시범 구축한 5.5G 네트워크와 이를 구현하는 저전력·초광대역 솔루션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켄 후 화웨이 순환 회장은 MWC 2024 초대장에서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확장 가능한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앱) 등은 고객 요구가 증대됨에 따른 주요 성공 요인"이라며 "5.5G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5G 이후 통신 주도권도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초대형 전시관으로 관람객 시선도 끌어모은다. 화웨이는 행사장인 피라 그란 비아에 대규모 전시관을 꾸린다. 화웨이는 지난해에도 제1전시관을 통째로 빌려 MWC 역사상 가장 큰 9000㎡(약 2722평) 규모를 운영해 관심을 모았다.
샤오미·아너·비보·원플러스 등이 스마트 기기 신제품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폴더블폰·롤러블폰, 온 디바이스 AI 스마트폰 등 최신 기술 트렌드를 접목한 제품들도 다수다.
샤오미는 지난해 중국에서 출시했던 '샤오미 14' 시리즈 최상위 제품인 '샤오미14 울트라'를 선보인다. 카메라 렌즈 성능이나 프로세서 등은 기존 제품들과 동일하지만 트리플 렌즈 외에 5000만 화소의 새로운 망원렌즈를 추가했다. 사진 촬영에 특화한 AI 이미지신호처리(AISP) 칩도 탑재했다. 해당 칩에는 샤오미가 독자 개발한 언어모델을 적용했다. 이와 함께 올해 1분기에 배포할 예정인 샤오미 자체 운영체제(OS)인 '하이퍼OS'로 각종 스마트기기는 물론 전기차까지 연결하는 모습을 시연한다.
화웨이에서 독립한 아너 역시 온 디바이스 AI를 접목한 '매직6' 시리즈에 대해 글로벌 출시를 발표한다. 매직6에는 자체 개발한 70억개 파라미터(매개변수)의 초거대언어모델(LLM)을 탑재해 다양한 AI 기능을 지원한다. 테크노는 자사 첫 롤러블(돌돌 마는) 스마트폰인 '팬텀 얼티메이트'를 MWC에서 공개한다. 6.55인치 전면 디스플레이가 옆으로 확장되며 최대 7.11인치까지 늘어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원플러스는 신형 스마트워치인 '원플러스 워치 2'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전작보다 약간 커진 1.43인치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와 퀄컴 스냅드래곤 W 1세대 칩셋을 탑재했다. 레노버는 태블릿PC와 노트북 기능을 결합한 투인원(2in1) 제품인 '레노버 탭 플러스'와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활용한 신형 노트북을 공개할 전망이다.
이 밖에 해외 업체들도 다양한 기술을 MWC 행사 기간에 시연한다. 일본 통신사인 NTT도코모는 자사 6G 네트워크를 활용한 '필 테크(Feel tech)'를 통해 인간 감각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에는 미각 쪽에 집중해 이용자가 느낀 음식 맛을 플랫폼에 입력하면 상대방도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시연한다. 향후 애니메이션·메타버스 등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독일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은 스마트폰에 AI를 더 전면적으로 적용해 AI가 앱 기능을 대신하는 '앱 프리 AI폰'을 소개한다. 스페인 통신사인 텔레포니카는 홀로그램 원격회의 기술을 전시한다.
AI 생태계부터 온 디바이스 AI까지 한눈에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사진=구글]
올해 행사에서 주요 화두는 단연 AI다. 2022년 말 오픈AI가 출시한 '챗GPT' 급부상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화두로 떠오른 AI는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화제의 중심이다. 특히 초거대 AI가 6G·클라우드·디바이스 등 다양한 요소와 융합하고, 산업적으로 어떻게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를 반영한 듯 올해 MWC에는 전 세계 생성 AI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핵심 관계자가 나란히 기조연설에 나선다.
구글 AI의 핵심 개발자로 꼽히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개막 첫날 기조연설에 나선다. 하사비스 CEO는 2015년 바둑 AI '알파고'를 개발한 주역이자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 사업을 이끄는 수장이다. 그는 AI가 인류의 진보와 과학적 발견을 가속하는 데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제미나이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짚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이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AI 생태계를 창출하는 각종 기술과 비즈니스에 대한 MS 측 생각을 풀어낼 전망이다.
빅테크들은 생성 AI가 어떻게 첨단 산업에 혁신을 유발할 수 있는지 실제 사례도 제시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생성 AI가 네트워크 성능과 안정성 면에서 최적화될 수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6G 통신사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부문 계열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생성 AI가 첨단 산업에 활용되는 실사례를 소개하고, 통신사 사업 발전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할 예정이다.
AI는 '온 디바이스 AI' 기술을 통해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도 구현된다. 스마트폰·PC 등에 경량화된 AI를 탑재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실시간 번역과 더욱더 강화된 이미지 편집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이번 MWC에서는 각 스마트폰 업체가 온 디바이스 AI 경쟁을 펼친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공개한 AI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중심으로 1745㎡(약 528평)에 달하는 대형 전시관을 차린다. 이곳에 갤럭시 AI를 체험할 수 있는 별도 공간도 마련한다. 지난 1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영상으로 처음 공개한 '갤럭시 링' 실물 디자인도 최초로 전시한다. 갤럭시 링은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우는 헬스케어 기기로 심전도와 수면 상태 등 건강 지표를 측정·관리할 수 있다. 샤오미·아너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나란히 MWC 기간에 별도 행사를 열고 '샤오미14' '매직6' 등 AI가 접목된 신규 스마트폰을 소개한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한국도 잰걸음
올해 MWC에는 참가하는 우리나라 기업은 총 165개다.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삼성전자·SK텔레콤(SKT)·KT를 비롯한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이 고루 참가한다. 이통사와 통신장비 업체 등이 주를 이루지만 MWC가 첨단 기술 박람회로 확장된 만큼 AI·로봇·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기업이 출격한다. MWC 스타트업 부대행사인 MWC 4FYN 참가 기업 국적을 보면 한국이 64곳으로 개최국인 스페인 다음으로 많다. 모바일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에 주어지는 '글로모 어워드' 후보에는 고령자 AI 돌봄로봇 스타트업인 효돌과 AI 스타트업 투아트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이통사 가운데 KT는 '미래를 만드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 KT'를 주제로 전시관을 차린다.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과 AI 혁신 기술을 통해 달라질 미래 생활을 선보인다. AI 라이프 존에서는 AI 솔루션을 확장해 초거대 AI가 적용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SKT는 'AI,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주제로 통신사가 만들어 갈 AI 기술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글로벌 통신사들과 발족한 글로벌텔코AI얼라이언스(GTAA) 협력을 구체화해 국경을 넘나드는 AI 연합 사례를 알린다. SKT의 AI 개인비서인 '에이닷'을 전 세계 관람객에게 소개하고 AI 데이터센터 관련 주요 기술들도 시연할 계획이다.
국내 재계에서도 여러 인사가 MWC 현장을 찾는다. SK는 유영상 SKT 사장(대표)과 함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MWC에 방문해 6G·AI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논의하고, 글로벌 통신사·빅테크 CEO들과 만난다. 최 회장은 개막일부터 이틀간 바르셀로나에 머물 예정이다. 삼성 사장단도 대거 MWC를 방문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MX)부문 사장을 비롯해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행사장을 찾을 예정이다.
KT에서는 김영섭 대표가 참석한다. 국내 유일한 GSMA 이사회 멤버인 김영섭 대표는 한국 통신사 대표로 'CEO 보드미팅'에 참석해 글로벌 통신사 수장들과 IT 현안을 논의한다. LG유플러스도 황현식 대표가 임직원으로 구성된 참관단과 함께 AI·IT 트렌드 탐색에 나선다. 구글·AWS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과 미래 협력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직접 무대에 서는 한국인도 여럿이다. KT에서는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CTO), 김광동 CR실장, 이상기 전략실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상무 등이 6G와 LLM, 차세대 네트워크, 글로벌 정책 이슈 등에 대해 소개하고 토의한다. SKT에서는 정석근 글로벌·AI테크사업부 부사장과 박명순 인프라 AI·DT 부사장, 나민수 6G 개발팀장 등이 연사로 나서 AI와 6G 관련 계획 등을 발표한다.
직접 무대에 서는 한국인도 여럿이다. KT에서는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CTO), 김광동 CR실장, 이상기 전략실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상무 등이 6G와 LLM, 차세대 네트워크, 글로벌 정책 이슈 등에 대해 소개하고 토의한다. SKT에서는 정석근 글로벌·AI테크사업부 부사장과 박명순 인프라 AI·DT 부사장, 나민수 6G 개발팀장 등이 연사로 나서 AI와 6G 관련 계획 등을 발표한다.